‘함께 있을 때, 아무것도 두려울 게 없’는, 서로가 서로에게 무조건적인 듯 보이는 친구들의 관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서로의 욕망과 이해타산이 똬리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소설보다 더 이상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네 친구의 관계도 언뜻 서로에 대한 관용과 연대감으로 맺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 허구에 가득 찬 느슨한 고리는 낯선 이의 시체가 등장함과 동시에 하나씩 풀어지게 된다. 시체유기를 위해 공범이 되기로 한 이들은 갈수록 꼬이기만 하는 상황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배신하며, 서로에 대한 증오심을 쌓아간다. 재릿은 출세만을 바라는 속물이고 바이올렛은 심각한 편집증 환자이며 에마는 싸늘한 인간성의 소유자라는 등 각자가 베일을 벗어 원초적인 자신의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한때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이들의 관계는 이제 최악을 향해 치닫는다.
하지만 <소설보다…>의 이같은 기본 구도는 이미 <쉘로우 그레이브>나 <베리 배드 씽> 등에서 이미 써먹은 바 있는 다소 낡아빠진 것이다. 그나마 버전을 업그레이드라도 했다면 덜 진부하게 느껴지겠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이같은 이야기를 퇴행적으로 되풀이하는 듯 보인다. 블랙코미디와 엽기살인극의 중간쯤에서 서성거리다 변죽만 울리는 이 영화의 또다른 단점은 취약한 극적 구성이다. 사실 꽤 아기자기한 이야기에다 썩 나쁘지 않은 반전이라는 재료를 준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너무나 밋밋하게 요리한 탓에 이 영화는 보는 이의 입맛을 자극하지는 못한다. 또 초반부에 어느 정도 확보했던 경쾌함과 긴장감 역시 영화가 진행될수록 어디론가 새나가는 탓에 반전이라는 회심에 찬 메뉴 역시 구미를 돋우지 못한다. 맛난 음식을 한번도 먹어본 적 없는 주방장의 요리 같은 느낌.
문석 기자 ssoo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