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현도는 마지막 산수시험만 끝나면 다시 전교 1등이 될 꿈에 부풀어 있다. 거침없이 답을 써내려가며 행복해하는 현도. 그러나 20번 문제에 이르러 현도는 심각한 장애물을 만난다. 몇번이 정답일까, 고민하던 현도는 책상 서랍 속 전과를 만지작거리다 그만 바닥에 떨어뜨리고 만다. 이젠 어쩔 수 없다. 현도는 실내화와 양말을 벗고 발가락으로 전과를 한장한장 넘기기 시작한다.
■ Review
시험시간은 긴장과 기대, 힘겨운 선택이 섬광처럼 지나가는 50분이다. 1번일까, 2번일까, 이 문제를 틀리면 어디에서 점수를 보충할 수 있을까, 내 성적표엔 어떤 숫자가 찍혀 나올까. 이런 복잡한 계산에 몰두하다보면 시계가 평소보다 두배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시험은 끝났다>는 그처럼 정적 속에서 온갖 상념이 소용돌이치는 시험시간을 귀엽게 포착한 영화다. 전교 1등으로 칭찬만 받던 현도. 그러나 산수문제 하나 때문에 가문의 수치가 될 위기에 처한 현도는 부채꼴을 들여다보다 자신이 부채 하나로 적을 퇴치하는 무림고수라고 상상하며 무려 4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재빠르게 변하는 시점과 형식, 유머, 꼭 움켜쥔 어린 시절 기억이 깜찍하다.김현정 기자 para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