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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Review] 목요일 3교시
2002-10-08

■ Story

짜증이 부글거리는 한여름 가사시간. 신경질적인 가사선생은 아이들을 들볶다가 희진의 휴대폰을 뺏는다. 가사선생은 아이들에게 5분 동안 교과서 내용을 암기하라고 말한 뒤, 복도에 나가 빼앗은 휴대폰으로 남편과 통화를 한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사격부원들이 이 사실을 폭로하자 교실은 순식간에 분노와 반항의 무정부상태가 된다.

■ Review

<목요일 3교시>는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을 순간을 현실로 만든 영화다. 가사 교과서에 실린 여학생들의 평상복 사진, 그대로 입고 나가면 “미친 또라이년” 소리를 듣기 딱 좋을 사진을 보면서 한심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그럴 때 “선생님 이런 거 가르치기 쪽팔리지 않아요?”라고 외치거나 교과서를 내던지며 “씨발”이라고 내뱉는 반항은 생각만 해도 청량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아찔한 상상이 눈앞에서 펼쳐질 때, <목요일 3교시>는 불온한 기운을 한풀 꺾고 이상하게도 어색한 몸짓으로 한숨을 쉰다. 거침없는 욕설이나 아이들끼리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우는 희극적인 상황, 서로 빗나가는 말을 주고받다 살인으로 끝맺는 결말은 시원하다기보다 공허함에 가깝다. 어쩌면 그것이 진실일지 모른다. 더운 교실에 갇혀 있는 학생과 교사는 위치만 다른 피해자이므로, 교사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해서 마음 속에 품은 칼날이 녹아 사라질 리는 없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홀로 떨어져 비명을 지르는 <목요일 3교시>의 고3교실은 분노의 방향을 잘못 잡은 가엾은 몸부림을 보여준다.김현정 기자 para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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