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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Review] 바람이 분다
2002-10-08

■ Story

준은 친한 친구 상이가 아이들에게 얻어맞는 동안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한다. 이 사건 때문에 준과 상이는 각각 죄책감과 그동안 쌓아온 우정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상이가 수업을 빠지고 혼자 농구를 하던 날, 두 친구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무언의 화해를 나눈다.

■ Review

삶은 누구에게나 가혹하다. 아직 스무살 문턱에도 닿지 못한 아이들조차 잔인하면서 공정한 이 규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극도로 말을 아끼는 <바람이 분다>는 느닷없이 찾아온 시련, 한 소년을 수치로 물들게 했을 뿐 아니라 다른 한 소년과의 관계까지 위기로 몰아가는 사건에서 시작하는 영화다. 인적이 드문 굴다리 그늘, 상이가 무자비하게 구타당하고 있을 때 준의 존재는 찾을 수가 없다. 준은 아이들이 물러간 뒤에야 몸과 마음을 모두 다친 친구에게 가방을 내민다. 말없이 먼지를 털고 일어나 등을 보이는 소년. 이유없는 폭력이라면 차라리 이해하기 쉽겠지만, 믿었던 친구의 방관은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람이 분다>는 그처럼 한번 무너진 관계, 증오보다 더 극복하기 힘든 불신으로 금간 관계가 상처없이 회복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한강과 학교에 떨어져 있는 두 아이가 함께 운동장에서 달렸던 시간으로 돌아가 마치 같이 있는 것처럼 평행선을 그으며 달리기를 할 때, 영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 질문에 답한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공유하고 있는 기억의 힘이라고.김현정 기자 para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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