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MIB 요원 J(윌 스미스)는 많은 파트너들과 호흡을 맞춰보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사사건건 개인사를 호소하는 파트너들의 기억을 삭제해주느라 J는 여념이 없다. 우주선 한대가 지구로 잠입하는데 여기엔 셀리나(라라 플린 보일)라는 외계인이 탑승했다. 지구에 도착한 뒤 늘씬한 미녀로 변신한 셀리나는 지구에 숨겨진 ‘빛’을 찾으려 하지만 아무도 행방을 모른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K(토미 리 존스)를 방문해 J는 그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한다. K는 처음엔 J의 말을 믿지 못하지만 자신의 곁에 있는 모든 이들이 외계인임을 알고 놀란다. 셀리나는 MIB 본부를 장악한 채 K를 협박하고 K와 J는 잃어버린 K의 기억을 거슬러오른다.

■ Review

우리가 없어서 심심했지?! 그들이 돌아왔다. 검은색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두 남자가. 아마도 전편을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작업복을 벗고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여인의 품으로 돌아간 MIB 요원의 이야기를. 속편은 그럴듯하게 그의 귀환을 준비한다. 지구의 파멸을 꿈꾸는 외계인에 맞설 수 있는, 외계인이 애타게 찾는 물건의 행방을 아는 것은 이 남자뿐이다. 다시 돌아와! 컴백 명령이 떨어진다. 죽었던 이가 살아돌아온 것도 아니니 최소한 말은 된다. 쉴새없이 서로를 헐뜯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면서 일에 대해 투덜거리는 콤비는 다시 드림팀으로 뭉친다.

영화는 기이한 TV 프로그램으로 시작한다. 외계에서 온 존재,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지구의 수호자들.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사람들 사이에 소문처럼 떠도는 이야기를 TV에서 재연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1950년대 싸구려영화의 재탕이다. 조잡한 캐릭터가 나와서 조잡한 UFO에 탑승한 외계인들의 이야기를 꽤 조잡하게 연기한다. MIB에 관한 언급도 조금 있다. 그런데 <맨 인 블랙2>에서 이는 허무맹랑한 허구가 아니다. 얼핏 스쳐가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맨 인 블랙2>의 오프닝은 영화의 미스터리를 미리 관객에게 제시하고 해답의 단서까지 흘린다. 영리한 출발이다.

<맨 인 블랙2>는 여전히 속도전이다. MIB 요원의 발걸음은 부산하기 이를 데 없다. J 역의 윌 스미스는 변함없이 수다스럽고 K의 토미 리 존스는 과묵한 편이다. 그나마 둘의 관계가 매끄러운 건 K의 기억이 온전하게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 기억재생기의 도움으로 그는 과거의 전설적 요원으로 돌아오는데 이후 둘의 호흡은 척척 맞는다. 손가락 크기의 무기로 외계인을 제압하고 놀라운 사격술과 두뇌회전을 자랑한다. 지하철을 탄 채 거대한 외계인과 쇼를 벌이고 특수 자동차에 탑승해 뉴욕 번화가를 섬광처럼 질주한다. 기억소거기는 이제, 자유의 여신상을 이용하면 된다. TV시리즈 을 코믹 버전으로 변형하는 것으로 출발한 것이지만 <맨 인 블랙> 시리즈의 시각적 쾌감은 더욱 풍성해졌다.

<맨 인 블랙2>엔 새로운 식구들이 있다. 눈동자 사나이, 상어입, 옥수수 얼굴, 제3의 눈을 지닌 존재 등이다. 가방 속 다른 얼굴도 있다. 인디언 이름 같지만 시리즈에 새로 등장하는 외계인이다. 특수효과를 담당한 ILM의 스탭들은 캐릭터 형체만 만들어낸 것뿐 아니라 이들에게 구체적인 성격과 표정연기를 덧입혔다. 아이디어는 신선하다. 가방 속에 쌍둥이 머리를 짊어지고 다니는 외계인은 ‘본체’의 머리가 졸도하자 인공호흡을 실시한다. 나 홀로 인공호흡이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누군가는 팔이 여럿 달려 있는데 담배를 질끈 물고 음악을 들으며 편지를 분류한다. 천연덕스럽다. 캐릭터 중에서 가장 웃음을 자아내는 건 강아지 프랭크. J와 K 사이에서 “나 역시 MIB 요원”임을 자부하는 그는 유머스럽고 애교만점의 캐릭터다.

최대한 요란하고 시끄러운 파티. 스타일을 구기지 않는 장기자랑. <맨 인 블랙2>는 전편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맨 인 블랙2>는 전편에서처럼 발견의 즐거움을 찬미한다. 거리의 인파 속에 꼬리달린 외계인이 숨어 있고 마이클 잭슨은 “난 MIB의 새로운 요원 M이 될 준비가 끝났어요”라고 고백한다. 우리는 그들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전혀 모른다. 알 필요도 없다. 이상한 발견, 감춰졌던 세계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스럽다. 망각 역시 즐겁다. J와 K는 지구방위의 비밀을 눈치챈 사람들 앞에서 열심히 기억소거기를 작동한다. 모든 건, 잊어버리면 그만이고 망각하면 끝이다(새 시리즈에서 규칙을 무시한 J는 뼈아픈 경험을 한다. 이별로 이어지는 사랑을 겪는 것). 이 정도의 순진함이라면 정치적인 정당성을 따지기도 힘들다. 웃음이 최고의 약이다.

<맨 인 블랙2>는 잡동사니 장르의 표본이다. SF에서 형사버디물, 코미디, 멜로, 액션 등 할리우드가 자랑하는 장르들이 뒤섞이고 뭉뚱그려진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형이지만 이것을 흉내내기란 쉽지 않다. <맨 인 블랙2>의 장르 접합 테크닉은 짧지 않은 그들 장르영화 역사에 기반하는 진기명기다. <맨 인 블랙2>는 관객에게 순진함으로 돌아갈 것을 청하는, 값비싼 이벤트다. 분명 퇴행이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은 한없이 즐거운 퇴행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wherever7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