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수영장 레일 앞에 서 있다. 관객은 물에 비쳐 흔들리는 이미지로 그를 처음 만난다. 수중에 뛰어든 그에게서 흐르는 피를, 카메라는 타일 가까이 다가가 찍는다. 우리에게 배우로 익숙한 감독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첫 장편 연출작 <물의 연대기>에서 이처럼 관객과 인물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확보하되, 에두르지 않는 화법으로 한 인간의 삶을 회고한다.
그 주인공은 리디아(이머 푸츠). 언젠가 올림픽에 출전하기를 소망하며 수영선수의 길을 걷던 그는 대학 진학을 두고 부모와 본격적으로 갈등한다. 꿈을 위해, 무엇보다 폭력에 휩싸인 집을 떠나기 위해 먼 곳의 학교에 가고 싶었던 리디아를 아버지가 막아섰기 때문이다. 그때의 무참함을 고백하는 것을 시작으로 리디아는 우울과 환희가 공존하던 청년기의 장면들을 하나둘 들춘다.
그가 자기 경험을 재해석할 수 있게 해준 도구로 등장하는 ‘글쓰기’도 이 영화의 테마다. “상상력이 기억을 바꾸도록 놔둔다”는 독백처럼 리디아는 작문을 배우면서부터 자아를 포용하는 역량을 기른다. 그럼에도 트라우마가 말끔히 가실 수 없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물의 연대기>는 한층 깊어진다. 학대, 중독, 유산 등을 겪으며 자신의 몸과 불화해온 여성의 생은 단정하게 편집될 수 없는 종류의 이야기라고, 원작자 리디아 유크나비치와 감독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역설하고 싶었던 것만 같다. 그들은 수렁에서 헤엄치던 여자가 어떻게 자신을 건지고, 말리고, 다시 적시는지를 탐구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긴장 관계를 집요하게 들여다볼 뿐이다. 그 시도는 지난해 제78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먼저 박수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