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하우스메이드>는 장르 구분에 ‘코미디’를 적어둘 만한 영화는 아니다. 폴 페이그 감독의 작품 중에선 <부탁 하나만 들어줘>(2018)와 닮았으나 흡사하진 않다. 스릴러 사이에 코미디를 배치했던 <부탁 하나만 들어줘>의 웃음은 주로 상반된 캐릭터성을 지닌 두 주인공의 주거니 받거니, 특히 스테파니(애나 켄드릭)의 언행에서 비롯됐다. 여러모로 ‘수위’가 높고 대체로 더 어두운 <하우스메이드>가 유발하는 웃음은 ‘웃지 못할’ 상황의 반사적인 실소에 가깝다.
입주 가사노동 일자리에 지원한 밀리(시드니 스위니)는 뉴욕 변두리에 있는 저택에 도착한다. 직장에서 해고된 데다 차에서 지내고 있는 그에겐 이 일이 절실하다. 문이 열리자, 하얀 옷을 입고 밝은 금발을 길게 늘어뜨린 니나(어맨다 사이프리드)가 환한 얼굴로 밀리를 맞는다. 부부와 외동딸이 산다는 집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니나는 상냥하고 스스럼없는 태도로 밀리를 대하고 심지어 면접 비용까지 건넨다. 며칠 후 합격 연락을 받은 밀리는 들뜬 채 일터로 향하지만 재방문한 저택의 상태는 전과 완전히 다르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빨랫감, 온갖 음식물과 식기로 난장판인 주방. 니나의 태도는 여전히 친절하지만 일을 건성으로 알려주고는 학교 운영위원회 연설문을 쓰겠다며 방에 들어가버린다. 그날 저녁 밀리는 니나의 남편 앤드루(브랜던 스클레너)와 딸 세실리아(인디애나 엘르)를 만난다.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마는 앤드루와 쌀쌀맞은 세실리아, 매번 심상찮은 눈길을 보내는 정원사. 게다가 밀리가 묵을, 원래 창고로 쓰였다는 다락방 구조도 평범하지 않다. 이튿날 니나의 태도는 한층 더 달라져, 밀리를 모함하거나 어제 했던 말을 오늘 부정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태를 보인다. 앤드루는 익숙하다는 듯 아내를 진정시키고 밀리를 위로한다. 그럴수록 밀리는 멋진 미소와 온화한 성격을 지닌 앤드루에게 점차 의지한다.
<하우스메이드>는 프리다 맥패든의 3부작 소설 중 첫 번째 권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일인칭시점으로 상세히 묘사한 원작의 방식을 압축해 영화 고유의 분위기로 구현했다. 처음부터 충격을 가한 후 아슬아슬한 긴장을 유지하되, 끊임없이 몰아치기보단 자극의 강도와 종류를 조절하고 변주하며 진행하는 편이다. 스릴러의 톤을 저변에 깔고 서사의 굴절과 함께 여러 장르를 덧입힌다. 로맨스, 약간의 고어, 일종의 안티히어로 탄생기도 섞인다. 후반부는 원작을 과감히 축약하고 새로운 장면들을 추가해, 관람의 심리적 압박을 덜어내고 시청각적 충격을 더하는 방향으로 각색됐다. 전개가 다소 급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나름의 선택과 집중으로 보인다. 영화가 플롯을 비트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반부의 단서들을 통해 반전의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하더라도, 관점이 전환되는 순간의 연기와 연출 디테일, 전후의 장면 구성, 회수되는 복선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 서사 배치 순서에 담긴 의도가 서프라이즈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놀라움을 기대하거나 따져 분석하기보단 영화의 템포에 몸을 맡길 때 더 효과적으로 (불)쾌감을 느낄 만한 작품이다. 덧붙여 니나의 ‘비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미리 알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close-up
단계적으로 탈피하며 다양한 온도와 깊이를 보여주는 어맨다 사이프리드의 호연은 극의 핵심 볼거리 중 하나다. 입주 첫날 종일 어지러운 집을 청소한 밀리는 이튿날 늦잠을 자고 만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내려가니 주방을 온통 헤집으며 무언가를 찾고 있는 니나가 보인다. 줄곧 상냥하던 니나는 돌변해 연설문을 치웠다며 밀리를 몰아세운다. 수면 아래 감춰둔 변화를 드러내는 영화의 첫 전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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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 감독 미미 케이브, 2022
불쾌한 일을 반복해 겪은 후 데이팅 앱을 지운 노아(데이지 에드거존스). 그는 마트의 과일 코너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스티브(세바스티안 스탄)와 연애를 시작한다. 대화가 잘 통하고 매력적인 스티브에게 노아는 푹 빠진다. 어느 주말 두 사람은 짧은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한다. 로맨틱코미디에서 출발해 오프닝크레딧을 기점으로 뒤틀리는 <프레시>역시 현실의 문제를 스릴러로 다룬다. 두 영화가 소재 삼는 이슈도 서로 무관하지 않다. 설정이 보다 극단적인 <프레시>가 일관성 있고 세련된 풍자에 집중한다면, <하우스메이드>는 장르적 변주와 자극에 좀더 치중하는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