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미래,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해 생긴 ‘잉여’ 인구들이 가상의 도시 포구에 위치한 텍사스 온천에 모여든다. 엄마를 찾아온 제인(지니)도 그중 하나다. 온천의 운영자는 교한(유인수)과 동생 로한(조병규)으로, 형제는 미스터리한 인물 모자장수(서인국)에게 복종한다. 서로 적대하던 것도 잠시, 유일한 가족과 유해하게 얽힌 로한과 제인은 점차 가까워진다. 그러나 곧 제인의 엄마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고 제인은 교한의 골칫거리가 된다. 교한은 로한을, 로한은 제인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보이>를 한 가지 방식으로 설명하면, 각자의 ‘지킴’이 자기중심적 착각일 수도 있음을 형제가 깨닫는 과정이다. 이상덕 감독의 세 번째 장편으로 장르가 다른 만큼 톤과 템포만은 전작들과 차별된다. 청년층이 MP3와 2G 폰을 휴대하는 <보이>의 세계는 꼭 2000~2010년 무렵의 감성으로 하나의 근미래 이미지를 상상한 결과물처럼 다가온다. 다양한 이들이 머물며 각종 물질과 행위에 중독되는 텍사스 온천은 약속과 규칙보다 폭언과 구타가 먼저 통하는 디스토피아다. 반복해 들리는 구호 ‘사람은 힘이다’는 사람이 쓰고 버리는 물건 취급됨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주민들의 생계유지 방법이나 다들 갈구하는 ‘티켓’으로 입장한 곳의 정체 등은 인상으로만 주어진다. 여러 장르의 팝 리듬으로 재생되는 장면들은 뮤직비디오를 연이어 시청하는 감각을 낳는다. 플롯과 정서적 설득력이 그다지 촘촘하지 않지만, 어쩌면 <보이>가 집중해 담는 바는- 일상에 스민 종말을 체감하며 놀이 수행의 태도로 버티는 소년- 로한의 요동치는 상태 자체다. 다만 기시감이 드는 그 스타일링에 대한 반응은 취향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리뷰] 매운 듯 싱거운, 인상들로서의 근미래담, <보이>
글
김연우
20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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