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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멋진 어른이 부재한 이 시장에, 지진을, <콘크리트 마켓>
김철홍(평론가) 2025-12-10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가 있다. 생존자들은 아파트 앞마당에 형성된 ‘황궁마켓’에서 통조림을 화폐 삼아 생필품을 거래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곳의 관리자인 상용(정만식)은 뛰어난 사업 수완과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혼란스러운 세상의 질서를 세우는 중이다. 어느 날 황궁마켓에 외부인 희로(이재인)가 등장한다. 희로는 상용의 오른팔인 태진(홍경)의 통조림을 훔치며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실은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희로는 또 한명의 중간 관리자인 철민(유수빈)에게까지 접근하여 마켓 내의 권력관계를 뒤흔든다. 한정된 자원의 수요와 공급 논리를 활용해 경제권까지 확보한 희로는 이제 상용이 저질렀던 만행을 밝히려 나선다. <콘크리트 마켓>은 대지진이 일어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재난 장르물이다. 주요 배경인 시장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되는만큼 자연스레 몸의 액션보다는 인물들의 대사와 주인공이 펼치는 계략에 주목하게 된다. 극이 가진 매력의 상당 부분은 희로를 연기한 이재인 배우가 이끌어간다. 왜소한 체격의 희로는 외양만 봤을 땐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느껴지는 캐릭터이지만, 경제 지식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신보다 힘이 센 남성 어른들과 생존 경쟁을 펼친다. <콘크리트 마켓>은 홍경, 유수빈 등 개성 강한 젊은 배우들로 구성된 주요 캐스팅 등을 바탕으로 기존 장르영화의 관습을 기분 좋게 비튼다. 핸드헬드 촬영으로 담긴 그레이 톤의 화면과 대담한 텍스트 타이틀 활용 또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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