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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슬픔과 그리움에서 빠져나와 희노애락의 일상으로, <가족의 비밀>
이유채 2025-09-10

남편 진수(김법래)는 최근 들어 아내 연정(김혜은)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목적이 불분명한 외출이 잦아지고 집안일에도 빈틈이 생기자 진수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건 아닌지 의심한다. 진수가 아내의 불륜 증거를 찾느라 바쁜 와중에 가족은 한층 복잡한 상황에 놓인다. 연정은 건축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재취업을 준비하겠다고 하고, 고등학생 딸 미나(김보윤)는 그동안 해오던 피아노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다. 갈등은 깊어지고 함께할 시간은 줄어들면서 진수의 가족은 진심을 나눌 기회에서 멀어진다.

제2회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대상작인 <가족의 비밀>은 슬픔으로 묶인 감정을 하나씩 풀어내는 작품이다. 영화는 아들이자 오빠인 승현(박현우)을 사회적 참사로 잃은 가족을 단순히 슬픈 유가족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직업을 고민하고 뜻밖의 사건을 겪으며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인물들의 일상을 통해 유가족 서사의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코미디 장르를 선택하면서도 상처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관객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흐를 수밖에 없는 영화다. 진수가 차를 좋아하던 아들과 함께 보내던 여가 시간과 경찰이 되고 싶은 미나가 오빠와 상담하던 순간 등 각자의 기억들이 후반부에 포개질 때 느껴지는 감정의 여파가 크다. 특히 연정이 승현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는 다소 직접적임에도 희생자의 평안을 바라는 진심이 배어 깊은 울림을 준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톤을 유지하지만 안전한 사회를 위한 메시지를 전할 때만큼은 날카롭다. 작은 것도 소홀히 하지 않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건축 현장 장면에 특히 무게감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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