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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세기 말 21세기 초 조디 포스터를 체화한 조여정, <살인자 리포트>
정재현 2025-09-03

어느 날 사회부 기자인 백선주(조여정)에게 제보 전화가 걸려온다. 제보의 주인공은 11건의 살인을 저지른 연쇄살인범 이영훈(정성일). 그간 일말의 증거도 남기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 그는 선주에게 자신과 인터뷰를 하면 계획된 살해 한건을 멈추겠다고 제안한다. 특종을 따내 기자로서 본때를 보여야 하는 선주는 영훈의 제의에 응한다. 인터뷰가 시작하자마자 영훈은 선주에게 살해 증거를 들이민 후, 정신과 전문의로서 자신의 범죄는 치료의 일환일 뿐이라고 답한다. 내담자가 겪는 고통의 근원을 제거해 환자를 낫게 하는 의료 행위를 수행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선주는 영훈의 진술에 점차 혼란을 느끼고, 선주를 앞세워 잠복 중이던 형사 한상우(김태한)는 현장 급습을 시도한다. <살인자 리포트> 속 선주는 인터뷰어이면서 인터뷰이다. 그가 기자로서 취재원인 영훈의 진술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영훈의 유도심문에 감겨 복잡한 내면을 조금씩 누설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선주의 위치는 <살인자 리포트>가 스릴러로서 지니는 장점과 아쉬움을 모두 내포한다. 선주는 (조여정의 섬세한 리액션 연기에 힘입어) 관객과 함께 밀실에 갇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나간다. 관객의 시선을 앞지르지 않는 선주의 시점은 장르의 규칙 안에서 관객이 몰입을 놓치지 않게 만드는 주요한 동력이다. 하지만 영화는 중반 이후 선주를 사건의 관찰자에서 비극의 당사자로 옮기는 선택을 한다.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던 이야기가 그 초점을 개인으로 구태여 좁히는 순간, ‘인터뷰’ 포맷의 역학으로 장력을 유지하던 영화는 다소 균형을 잃는다. 각 캐릭터에 동조하기보다 관조했다면 보다 흥미로웠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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