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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퀸 오브 뱀파이어
2002-06-25

■ Story

뱀파이어 레스타트(스튜어트 타운센드)는 강렬한 록음악에 이끌려 100년간의 잠에서 눈을 뜬다. 어둠 속에 묻혀 사는 뱀파이어의 운명을 거부하고 음산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록스타가 되는 레스타트. 초자연적 현상을 연구하는 제시(마거릿 모로)는 그의 음악과 ‘레스타트의 일기’를 접하면서 차츰 그에게 빠져든다. 존재를 숨기며 살아가는 묵계를 깬 레스타트는 다른 뱀파이어들의 표적이 되고, 그의 음악은 잔혹한 여왕 아카샤(알리야)를 깨운다.

■ Review

거친 기타의 파열음과 몰아치는 드럼 비트가 레스타트를 관에서 불러내는 도입부부터, <퀸 오브 뱀파이어>는 뱀파이어와 록음악의 감각적으로 결합한다. 위험스러운 관능과 도발적인 쾌락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뱀파이어와 록스타는 닮은꼴. 실제 많은 로커들이 뱀파이어나 사탄의 마력적인 카리스마를 차용해왔다. 어둠에서 살아야 하는 숙명에 굴하지 않고 “세상이 숭배하는 쾌락의 신”인 록스타가 되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레스타트는 이를 역이용하는 셈. 구원이 없는 고독과 “빛 속의 삶”에 대한 갈망을 노래하는 그의 음악, 음울한 고딕풍의 메탈 사운드와 더불어 영화는 음침한 고딕 록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을 펼쳐 보인다.

애초 이 영화가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앤 라이스의 베스트셀러 연작 <뱀파이어 연대기>라는 원작의 후광 덕분. 또한 주연배우였던 R&B 스타 알리야가 촬영을 끝낸 직후 비행기 사고로 요절하면서 그의 유작으로 더욱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는 이 두 요소를 마케팅 포인트 이상으로 활용하지 못한 듯하다. 록스타 레스타트와 모든 뱀파이어의 어머니 아카샤가 등장하는 <저주받은 자들의 여왕>을 주축으로, 레스타트의 과거를 들려주는 <뱀파이어 레스타트>를 섞은 이야기는 각각 방대한 원작을 성기게 취합해 틈이 많다. 고대 이집트풍 의상으로 춤추듯 흐느적거리며 동족을 살육하는 아카샤의 출현장면은 몽환적이나, 아무런 동기없이 사악한 피의 군주로 단순화된 캐릭터는 매력적인 악역이 못 된다. 제시와 레스타트의 로맨스 같은 변주도 교감을 끌어내기엔 너무 겉핥기식이다.

불멸과 고독, 인간적인 욕망으로 갈등하는 뱀파이어를 사색적이면서도 매혹적인 고딕소설의 어두움으로 살려낸 원작에서, 영화가 취한 것은 약간의 분위기다. 대형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콘서트처럼, 콘의 리드 싱어인 조너선 H. 데이비스와 작곡가 리처드 깁스가 공동작업한 록음악과 고딕풍 이미지의 주술에 빠져들지 못하면 자칫 지루할지도. 평단의 반응은 냉담했으나, 알리야 혹은 공포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 덕분인지 개봉 첫주에 14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미국 극장가에서 제작비 3500만달러를 거의 회수했다. 황혜림 blaue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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