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 석영(이예원)은 어머니를 따라 할머니가 살았던 바닷가 마을로 이사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발에 물갈퀴가 달린 소년 우주(양희원)를 만난다. 금세 친해진 둘은 수영선수의 꿈을 함께 나눈다. 안타깝게 둘 중 우주만 코치에게 발탁되고 석영은 꿈을 포기하게 된다. 2013년 여름. 차세대 유망주로 성장한 우주(이민재)는 물갈퀴가 사라지며 슬럼프에 빠진다. 그는 본인의 비밀을 아는 석영(효우)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려 고향으로 되돌아간다. <보이 인 더 풀>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신작이다. 단편 <우리아빠 환갑잔치>로 주목받은 류연수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수영을 소재로 하나 한 인간의 성장, 위기와 극복을 그리는 스포츠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석영과 우주가 평범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그린다. 감독은 이를 위해 두 캐릭터의 성장을 세 파트로 나누고 각 파트의 톤을 다르게 그려낸다. 2007년 여름 파트에서는 자연 풍광과 아르페지오가 반복되는 피아노 소리가, 2013년 여름 파트에서는 푸르고 어두운 조명, 정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각기 다른 분위기를 조성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사실적인 톤이 주가 된다. 영화 전반에서는 환상적인 설정과 아름다운 물의 이미지, 순정 만화를 보는 듯한 두 캐릭터의 감정선을 과하지 않게 담는 거리감이 인상적이다. 데뷔작이라 믿기지 않는 감독의 성숙한 연출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유려한 촬영과 편집 덕분이다. 각 캐릭터의 사연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이미지로 그리는 각본의 세공력도 두드러진다. 이야기를 이미지로 압축할 때 구조가 산만해진 점과 대사의 밀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