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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무엇(What)보다 어떻게(How)에 집중하는 정치, 윤리적 상상력, <애니멀 킹덤>
정재현 2025-01-22

프랑스 전역에 원인 모를 변이 바이러스가 퍼진다. 감염자는 동물과 인간의 형상을 한몸에 지닌 수인(獸人)이 되어 격리되거나 사살된다. 소년 에밀(폴 키르셰)의 어머니 역시 수인화를 겪어 보호소에 격리 중이다. 프랑수아(로맹 뒤리스)는 어떻게든 가족을 복원하기 위해 아들 에밀과 함께 보호소 근처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한데 가족구성원을 수인으로 둔 두 부자와 달리 마을 사람들에게 수인은 혐오의 대상일 뿐이다. 수인을 향한 시민들의 테러가 극으로 치닫던 어느 날, 에밀의 어머니가 호송 중 탈출해 실종된다. 이들이 처한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에밀에게도 변이의 조짐이 발현된 것이다.

돌연변이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 <엑스맨> 시리즈 등 소수자 차별을 돌연변이 존재로 은유한 작품은 대개 ‘무엇’(What)이 중요한 질문(“무엇이 정상인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등)을 건네며 의제를 서사화한다. 반면 <애니멀 킹덤>이 보다 집중하는 질문은 ‘어떻게’(How)로 시작한다. “어떻게 정상성은 만들어지나?”, “어떻게 인간은 다른 존재와 어울려 사는가?” 등의 질문이 영화를 구성하는 핵이다. 감독 토마스 카일리와 작가 폴린 무니에르는 공생의 방도와 그 실효성을 탐구하며 영화 밖 정치, 윤리적 담론이 서사 안으로 자유롭게 개입하게끔 판을 깔아두었다. <애니멀 킹덤>은 질병의 근원으로부터 출발하는 통상의 재난물과 달리 이미 변이 바이러스가 전국에 파다해 작중 모든 인물이 재난에 만연해 있는 시점으로부터 출발한다. 속수무책의 연속에서 누구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는 대혼란. 그 속에서 ‘어떻게’를 고민하며 곁의 존재를 지키려 분투하는 두 부자의 질주가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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