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안(한해인)과 설이(한소희)는 강원도 소재의 한 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 동기생이다. 아역배우 출신인 설이는 지금껏 연기만 하고 사느라 자신을 제대로 몰라 혼란스럽고, 배우 지망생인 수안은 불투명한 미래가 암담하기만 하다. 고민투성이의 삶이래도 수안과 설이는 근처 바다로, 서울로 함께 떠돌며 둘만의 천국을 만들어간다. 그러다 두 소녀는 서로에게 이끌리는 감정이 사랑임을 자각한다. 하지만 수안은 이 관계가 우정이라 선을 긋는다. 수안과 설이는 모두 배우라 타인을 가장하는 연기엔 능숙해도 정작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설명하는 데엔 자신이 없다. 영화는 명확한 서사구조나 적확한 감정선을 세우는 대신, 몽환적인 촬영과 조명, 사변적인 대사를 활용해 수안과 설아의 내러티브를 의미 불명의 모호한 대상으로 남겨둔다. 이 전략이 두 청춘의 방황을 외현하는 데엔 효과적이나 작품의 밀도를 채우는 데까지는 기능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