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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든 사람은 친구의 응원과 웃음을 먹고 자라 어른이 된다, <빅토리>
이자연 2024-08-14

1999년 세기말, 지구 종말론과 함께 불안한 시기에도 아이들은 각자의 꿈을 꾸며 나아간다. 거제상고에 재학 중인 필선(혜리)과 미나(박세완)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춤꾼이다. “춤은 삘이지.” 오락실 펌프는 물론 학교까지 평정한 이들에겐 힙합만이 삶의 낙이다. 떡잎부터 남다른 자신에게 거제는 너무 작다며 필선은 서울살이를 꿈꾸지만, 어린 동생들을 챙겨야 하는 미나는 오늘의 저녁상을 고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아리실 없이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생활이 지루해질 즈음 두 사람은 치어리딩을 배웠다는 전학생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동아리실을 마련한다. ‘내가 추고 싶은 춤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치어리딩부를 유지해야 한다.’ 각기 다른 속내와 동상이몽을 품은 십대 청소년의 고군분투를 그린 <빅토리>는 1999년의 추억을 무기 삼아 기분 좋게 출항한다. 듀스, 김원준, 디바, NRG 등 당시 톱가수들의 노래를 십분 활용하고 장면 전반에 빛바랜 파스텔 톤을 유지하여 레트로 감성을 녹여냈다. 댄스 듀오로 나서는 필선과 미나의 무대는 안무가 킹키와 우태의가 구성했다. 1980년대 거제에 처음 창설된 여고 치어리딩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빅토리>는 치어리딩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응원단을 부차적 존재가 아닌 어엿한 주체로 접근하는 영화의 태도는 치어리더가 된 아이들을 존중하는 중심축으로도 이어진다. 아이들 저마다의 역사, 사정, 갈등, 선택을 축소하지 않는 따뜻한 시선이 <빅토리>의 기원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샛길로 빠지는 도랑이 한두 군데 있지만 경쾌한 향수와 성장담의 뭉클함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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