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K리그 시즌 종료 후 안양 시민들은 프로축구단 ‘안양 LG 치타스’를 잃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울에 뺏겼다. 1996년부터 커다란 인기를 끌며 2000년 K리그를 제패하기까지 했던 구단이었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려는 기업의 판단으로 인해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지가 옮겨진 것이다. 이에 안양 축구단의 서포터스 ‘RED’는 수년간의 시위와 정쟁을 통해 장장 9년 만인 2013년에 안양시민 프로축구단 FC안양을 창단하는 데 성공한다. 다큐멘터리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은 30년 가까이 RED로 활동하는 FC안양 서포터스들의 회고와 현재 모습을 엮어가며 축구를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는 이들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살핀다. 더하여 영화는 안양 축구사의 일대기뿐 아니라 스포츠 산업의 역사적 맥락을 통한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자본에 터전을 빼앗기는 시민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로까지 시선을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