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차 불교 서적 전문 편집자 혜인(김연교)은 남들이 보기에 진정성 있는 직업인이다. 절이 바로 옆인 출판사의 직원으로서 출근하자마자 법당에서 단체 절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나 현실은 절을 하다 졸기 일쑤고 잡무를 처리하느라 절 주변 풍경을 감상할 여유 따윈 없다. 그러던 어느 날의 커피 타임, 바쁜 생활 속에서도 취미를 즐기는 상사들을 보며 잊고 살았던 작가의 꿈을 떠올린다. <더 납작 엎드릴게요>는 주인공의 독특한 환경을 십분 활용한 코미디다. 매일 같이 건강한 절밥을 점심 메뉴 선정에 시달리는 직장인의 고충으로 풀어내고 법당 밖의 푸른 하늘과 갑작스레 에러가 뜬 컴퓨터 블루스크린의 아찔한 디졸브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지친 주인공을 위로하는 환상적 캐릭터를 달마 대사로 쓴 재치도 발군이다. 시종일관 해탈한 듯한 표정으로 은근한 웃음을 끌어내던 김연교 배우는 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 더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뿐이라고 선언하는 결정적 장면에서 선명한 인상을 남기며 영화를 뭉클한 청춘드라마로 바꿔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