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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더스’, 집착과 분열, 망상과 광기가 자아낸 담장 너머의 스릴러
이자연 2024-04-03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셀린(앤 해서웨이)과 앨리스(제시카 채스테인)는 동갑내기 아들을 키우며 부쩍 가깝게 지낸다. 좋은 엄마가 되는 게 중요 목표인 셀린은 일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앨리스에게 재기를 독려하며 양육을 맡아주겠다는 너그러움을 표하기도 한다. 비슷한 듯 다른 둘은 함께 평온한 일상을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셀린의 아들 맥스가 새 둥지를 고치기 위해 2층 난간에 올라서던 중 발을 헛디뎌 떨어진다. 위험한 상황을 목격한 앨리스는 어떻게든 맥스를 구하려 했지만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진다. 아들을 잃은 셀린은 충격을 받고 앨리스 가족으로부터 멀어진다. 그로부터 한달 후 마음의 상처가 아문 듯한 셀린은 다시 이웃들의 곁으로 돌아와 지역 행사와 기념일을 함께 나눈다. 하지만 그날부터 앨리스 가족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앨리스는 이것이 셀린의 복수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뒤 무너져버린 한 가족의 이야기와 그로부터 죄의식을 느끼는 이웃 가족의 관계 변화를 심리적으로 긴장감 넘치게 그려냈다. 무엇보다 앨리스 가족에게 벌어지기 시작한 기묘한 상황들은 실제 편집증적 증상에서 비롯한 것인지, 현실에 나타나는 문제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어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긴밀하게 연결된 두 가족은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폐쇄적이다. 영화는 이 모순과 함께 두 어머니의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심리전을 부추긴다. <마더스>는 관객에게 정답을 미리 알려주거나 난이도 낮은 힌트를 금세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앤 해서웨이와 제시카 채스테인이 수행하는 연기만이 유일한 단서가 되어 진실을 추측하게 만들 뿐이다. 특히 소리조차 내지 못할 만큼 극도의 상실감에 빠졌던 셀린이 조금씩 회복하다 의미심장한 태도 변화를 내비추는 과정은 앤 해서웨이의 섬세한 표정과 뉘앙스를 관찰하는 즐거움을 전한다.

<마더스>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채털리 부인의 연인> 등의 촬영감독이었던 브누아 들롬의 감독 데뷔작이다. 메인 스탭으로서의 경험을 쏟아부은 듯 브누아 들롬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계절감 넘치는 풍경을 유려하게 담아냈다.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음침한 사건들은 영화 속 아름다운 풍경과 대비를 이루며 극적인 효과를 낸다. 특히 의심이 최고조에 다다른 순간 <마더스>는 넓은 시야를 보여주기보다 셀린의 한정된 시선을 보여주며 촬영이 북돋울 수 있는 스릴러적 면모를 강조했다. 아쉬움도 있다. 스토리 구성이 앨리스와 셀린, 단둘로만 축약되어 단편적으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다소 심심하게 느껴진다. 두 여성의 남편이나 앨리스의 시어머니까지는 주요한 역할로 등장하지만 그외의 관계가 부재한 것은 플롯을 납작하게 만드는 결함으로 작동한다.

“네 기분 알아.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기분. 우리에겐 서로가 있어. 함께 이겨내는 거야. 서로 사랑하면 언젠가는 그 구멍도 조금은 메워질 거야.”

앨리스의 아들 테오에게 위로를 전하는 셀린의 말. 속내를 잘 밝히지 않던 셀린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었던 장면이다.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과 셀린을 바라보는 테오의 두눈이 여운을 남긴다.

CHECK POINT

<스텝포드 와이프> 감독 프랭크 오즈, 2004

하루아침에 CEO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조안나 에버트(니콜 키드먼)는 새로 이사한 마을에서 이상함을 감지한다. 컨디션과 상관없이 늘 균일한 상냥한 미소, 바비 인형 같은 화려한 꾸밈노동, 남편의 말이라면 별도 따올 것 같은 고분고분한 모습. 모든 여성들이 기계처럼 성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다움과 아내다움에 몰두한 모습은 일면 기괴하고 섬뜩해 보이기까지 한다. 마을에 담긴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고, 현재까지도 이해할 수 있는 동시대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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