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지는가. 영화 <댓글부대>는 자연스레 형성되는 집단적 의견이 아닌 명확한 목적과 음해 공작으로 완성되는 온라인 설전을 현실처럼 반영한다. 문제를 직관적으로 판별해내는 눈을 가졌으나 다소 허영심 높은 사회부 기자 임상진(손석구)은 대기업 뒤편에 숨겨진 비리를 조사하던 중 한 중소기업의 폭로를 단독으로 보도하게 된다. 국민의 대대적 관심이 필요한 이슈였지만 돌연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더니 모든 게 무용해지고 만다. 고발 보도는 잊히다 못해 오보라는 오명을 얻고 용기낸 취재원은 억울함에 극단적 선택을 감행한다. 모든 게 순식간이었다. 현실 세계에서 흐르는 시간보다 온라인상의 시간은 더 빠르고 조급하게 흐른다.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 오직 절망과 허무함만이 남은 그때, 젊은 남자가 다가와 상진에게 팀알렙에 관한 정보를 넘긴다. 찡뻤킹(김성철), 찻탓캇(김동휘), 팹택(홍경)으로 구성된 이 팀은 온라인상에 벌어지는 갑론을박을 철저한 계산하에 조종하고 변형한다.
<댓글부대>는 온라인 여론전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한번쯤 의심해보고 상상해본 일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선과 악을 분명하게 나누거나 정의와 부정을 가르는 데 힘쓰지 않고 관객이 직접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의 태도가 미온적이기라기보다 세대간·성별간·지역간·계층간의 균열을 드러냄으로써 사이버 세상의 언쟁을 제대로 돌아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팀알렙의 세 멤버는 극의 무게가 무거워지려 할 때마다 분위기를 전환시켜 극적인 몰입도를 유연하게 유지시킨다. <댓글부대>에서는 각 배우가 지닌 장기와 특장점에 맞춰 역할을 분배한 느낌을 전한다. 인터넷상에 쏟아지는 다양한 의견을 사용자 경험에 맞게 보여주는 방식도 눈에 띈다. 영화가 제공해야 할 정보를 일상에 가깝고 친근한 시각 정보로 활용한 것이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신랄하고 냉철한 블랙코미디로 전환해낸 안국진 감독의 힘이 여실히 드러난다. 장강명 소설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