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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메이 디셈버’, 곪아빠진 인간들의 에로틱한 서스펜스
남지우 2024-03-13

그레이시(줄리앤 무어)와 조(찰스 멜턴)의 관계가 발각된 1992년 여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조의 아이를 임신한 그레이시는 아동 강간 혐의로 구속되어 철창 안에서 분만하는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다. 그로부터 23년 후 이 실화를 바탕으로 삼은 영화의 주연을 맡은 배우 엘리자베스(내털리 포트먼)가 평온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듯 보이는 그레이시 부부를 방문한다. 당시 그레이시의 나이가 된 조와 이젠 예순을 바라보는 그레이시. 그리고 성년을 앞둔 세 자녀가 이룬 가정이 엘리자베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메이 디셈버>는 1990년대 토드 헤인스의 초기 필모그래피를 떠올리게 하는 사이코드라마다. 현재 시점에 남아 있는 주변과 당사자의 증언을 통해 과거를 추적하는 탐정극 플롯 자체가 흥미롭다. 게다가 감독 특유의 전복적인 에로티시즘이 영화의 야릇한 분위기를 규정하며 관객을 흥분케 한다. <세이프>를 시작으로 토드 헤인스의 일탈적인 세계를 함께 다져온 줄리앤 무어와 내털리 포트먼 사이에서 영화계 신예 찰스 멜턴이 터지기 직전의 곪아빠진 내면을 품은 한 인간을 인상적으로 그려낸다. 또 한명의 한국계 스타 배우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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