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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벗어날 탈 脫’, 죽음을 경유하여 정지하는 모든 것에 대한 애상으로
김현승 2024-02-21

죽음이 임박한 영목(임호준)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에 전념한다. “머지않아 멈출 몸”으로 고통받는 그에게 고정된 자아에서 벗어나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한 줄기 빛과 같다. 108배를 하며 번뇌를 걷어내고 발걸음 하나하나 소홀히 내딛지 않는다. 하지만 육신에 대한 본능적인 집착을 벗어던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겁에 질린 그의 앞에 죽음의 공포가 얼굴 없는 여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편 전시를 앞둔 지우(위지원)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괴로워한다. 그녀는 과거 지중해에서 한 남자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했던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 결국 지우는 눈앞에 아른거리는 망자의 이미지를 작품에 녹여내기로 결심한다. <벗어날 탈 脫>은 <솧> <탈날 탈> 등으로 국내 단편영화계에 인상적인 발자취를 남긴 서보형 감독의 첫 장편이다. 죽음을 둘러싼 남녀의 사연이 병렬적으로 교차한다. 직접적인 교점 없이 행위와 대사의 반복으로 두 이야기를 엮는 플롯은 홍상수 영화 작법을 연상시킨다. 진리에 대한 사유의 깊이만큼이나 이미지를 구성하는 감독의 감각적인 역량도 돋보인다. 미디어 아티스트답게 이미지를 통해 서스펜스를 구축하고 움직임과 정지에 관한 사유에 도달하는 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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