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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 그 시절 우리의 작은 세상은 참으로 따스했다
김현승 2024-01-24

겨울방학을 마친 학생들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이들이 다니는 시마다 고등학교는 폐교가 정해져 곧 철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졸업식이 얼마 남지 않은 교실은 마냥 들뜬 분위기다. 졸업식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모교와 작별을 준비한다.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사람들과도 어쩔 수 없는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더 큰 세상을 향한 발걸음이지만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소녀들에게 첫 이별은 무척이나 시린 경험이다.<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로 국내에서 호평받은 아사이 료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주인공 네 사람의 시점이 교차하며 벚꽃이 만개한 졸업식 풍경이 스크린에 담긴다. 하지만 영화는 정교한 서사를 통해 각 학생의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엔 관심이 없다.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장면 연출도 없다. 오히려 영화는 공간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을 온전히 담아내고자 한다. 카메라는 그 누구의 감정도 무리하게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인물들의 성장을 기다리며 지켜볼 뿐이다. 풋풋하고 애틋한 감정선을 중심으로 자칫 어수선할 뻔했던 영화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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