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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랑하는 기생충’, 중반에 이르러 효력을 다하는 신선함
이유채 2024-01-17

성탄절에 모든 연락 수단을 끊어버리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청년 코사카(하야시 겐토)는 사시사철 모자와 마스크, 장갑이 없으면 바깥 활동이 불가능하다. 극도의 결벽증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한 남자가 그를 찾아와 히지리(고마쓰 나나)란 여고생을 맡아주지 않으면 지질한 음모를 까발리겠다고 협박한다. 강제로 성역을 열게 돼 불쾌한 건 잠시뿐, 코사카는 시선 공포증으로 자신처럼 세상을 거부하는 히지리에게 호감을 느끼고 둘은 가까워진다. 동명의 인기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한 <사랑하는 기생충>은 독특한 상황과 설정을 초반 동력 삼아 전진한다.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표현한, 버스 안에 물이 들이닥치는 것과 같은 시각효과가 눈길을 끌고 머릿속의 기생충이 감정을 조작한다는 미스터리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실은 간절히 사랑받고 싶었던 것뿐인 두 주연 캐릭터는 보편적인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영화의 최대 강점인 신선함은 중반에 이르러 효력을 다한다. 기생충 설정에 대한 설명이 중언부언 이어지고 관련 이미지들을 의미 없이 끼워넣어 탄력을 잃는다. 두 남녀가 왜 이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을 포기한 채 예쁜 그림으로 덮어버리는 성급한 결말 역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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