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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어지는 땅’, 풍경과 얼굴로 메우기엔 너무나 큰 우연들의 간극
최현수 2024-01-10

런던에서 유학 중인 호림(정회린)은 어느 날 두 가지 우연을 마주한다. 우연히 낯선 여자의 영상이 담긴 캠코더를 습득하고, 산책 나선 공원에서 전 애인 동환(감동환)을 만난다. 호림은 휴대전화를 분실했다는 핑계로 동환의 전화를 빌린다. 그사이 동환의 현재 애인 경서(김서경)도 공원에 도착하고, 영상 속 여자였던 이원(공민정)까지 넷은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밀라노에서 온 이원은 동환을 향한 호림의 미련을 알고 있는 눈치다.

조희영 감독의 첫 장편 <이어지는 땅>은 런던과 밀라노에서 벌어진 다섯 남녀의 우연한 만남에 관한 영화다. 우연이란 아무런 인과 없이 두 시공간이 한 지점에서 충돌하는 것이다. 어떤 우연은 필연으로 이어지지만, 대부분은 어긋나 스치고 만다. 런던에서 마주한 호림과 동환, 밀라노에서 만난 이원과 화진(류세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시공간의 두 만남은 단지 우연의 영역에 머문다. 영화는 두 우연적 만남을 하나의 필연으로 잇는 기적을 시도하지만, 여전히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한 채 두 세계를 단절된 상태로 남긴다. 아름다운 런던과 밀라노의 풍경과 배우들의 깊은 표정 연기만이 이어지지 못한 세계의 공백을 채우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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