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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언더 유어 베드’, 구멍이 숭숭, 어수룩한 악몽
이보라 2023-12-13

여자가 집에서 식사를 준비한다. 귀가한 남자는 여자를 욕실로 부르고, 여자는 그가 원하는 대로 몸을 내보이고 움직여야 한다. 이유나 전사는 설명하지 않은 채, 영화는 남자의 폭행과 강간으로 피투성이가 되는 여자의 괴로운 일상을 따라간다. 거기에는 이 집 안을 통째로 도청 중인 또 다른 남자 지훈(이지훈)이 있다. 형의 죽음으로 불행한 스무살을 겪던 지훈은 같은 수업에서 이름을 불러준 유일한 사람 예은(이윤우)의 온기에 행복을 느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은과 다시 멀어진 채로 시간은 흐르고, 9년이 지나 관상어 수족관을 운영하게 된 지훈은 우연히 예은과 재회하나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오이시 게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언더 유어 베드>는 <드라이브> <버니 드롭> 등을 연출한 일본 감독 사부가 한국 배우들과 함께한 첫 작품이다. 지훈의 공간을 둘러싼 수많은 모니터와 그가 늘 귀에 꽂고 다니는 에어팟 등을 통해 감시와 도청의 모티프를 드러내려는 작의는 알겠으나, 시종 정돈되지 않은 만듦새 때문에 내용과 형식 모두 허술해 보이며 주제의식 또한 부박하다. 불필요한 묘사의 반복, 납득되지 않을 만큼 과잉된 정서, 상투적인 연기 연출과 도식적인 봉합의 내러티브 등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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