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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괴인’, 새하얗게 질린 한 남자의 머릿속
오진우(평론가) 2023-11-08

목수 기홍(박기홍)은 찌그러진 차 지붕이 걱정이다. 블랙박스에 흐릿하게 기록된 범인의 얼굴. 기홍이 세 들어 사는 집의 주인인 정환(안주민)은 범인을 찾으러 가자고 제안한다. 둘은 사고 현장인 피아노 학원 앞에 도착한다. 정환이 도어 록을 누르는 사이 기홍은 창문에서 누군가가 뛰어내리는 것을 목격한다.

<괴인>은 하나의 사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생긴 일상의 균열을 그린 기이한 영화다. 영화는 홍상수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21세기 버전처럼 보인다. 차별점은 3040세대의 문제를 끌어들이며 동시대성을 갖는 데 있다. 부풀려진 희망과 그것을 지탱할 기반이 부재한 이 세대의 감각을 영화는 독특한 리듬으로 세련되게 연출한다. 여기에 인물간의 계급성을 건축적 요소에 풀어내며 사람간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정환이 말하는 집의 컨셉인 ‘분리와 연결’에 함축되어 있다. 영화는 이 두 요소 사이의 균형을 흔들며 으스스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괴인>은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을 포함해 총 4관왕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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