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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에스트로’, 부자(父子)드라마를 쓰기 위해 흐릿하게 휘젓는 두 개의 지휘봉
이보라 2023-08-09

방금 막 ‘빅투아르 드 라 뮈지크’를 수상한 지휘자 드니 뒤마르(이반 아탈)는 무대에서 고마운 이름들을 나열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 매니저이자 전처인 잔느, 사춘기 아들과 어머니까지. 마지막으로 그는 식구 중 유일하게 이곳에 참석하지 않은 아버지 프랑수아 뒤마르(피에르 아르디티)의 이름도 덧붙인다. 같은 시간,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TV로 보던 마에스트로 프랑수아는 무심하게 전원을 끈다. 드니에게 아버지는 음악의 세계를 알려준 인물이자 늘 넘지 못할 산으로 우뚝 서 있는 존재다. 그리고 그만큼 두 부자의 거리는 멀다. <마에스트로>의 오프닝은 탄탄대로를 앞둔 아들과 이미 훌륭한 업적을 세운 아버지 사이의 쭈뼛거리는 경쟁의식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어느 날, 전화 한통을 받은 프랑수아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극장 ‘라 칼라스’의 차기 지휘자 자리를 제안받는다. 오랫동안 대가로 살아왔음에도 프랑수아는 50년 만에 아내에게 공식 프러포즈를 할 정도로 이 소식에 크게 들뜬다. 하지만 얼마 후, 드니는 그 제안이 자신에게 와야 했으며, 같은 성 때문에 아버지에게 잘못 전달되었음을 알게 된다. 드니는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그리고 제안을 수락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진다.

이 지점에서 <마에스트로>의 정서는 황당할 만큼 비장하다. 라 칼라스 지휘자라는 하나의 소재를 주축 삼아 진행되지만 그 자리는 상징성 말고는 비어 있다. 어떤 면에서는 부자의 대립을 강화하고 긴장감을 지속시키기 위해 군더더기를 배제한 듯 보이기도 하나, 결론으로 당도하는 과정은 단조롭다. 베토벤과 모차르트, 슈베르트 등 이따금 걸작들의 선율을 불러오지만 <마에스트로>가 음악영화가 아닌 이유이다. 부자 드라마의 문법을 따라가는 데 주력하는 <마에스트로>에는 음악의 심상이나 정동을 활용할 기제가 마땅치 않다.

영화는 제64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이자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작이었던 <꼬장꼬장 슈콜닉 교수의 남모를 비밀>의 리메이크작이다. 원작 속 아버지가 <탈무드> 연구자였다는 점에서 <마에스트로>는 거칠게 비튼 각색처럼 보이지만 독창적인 변주는 아니다. 클래식 음악과 그 업계를 차용하는 방식은 보수적인 제도와 위계적 구조의 단편적 일면을 떼어오는 식이다. 보편적으로 영화에서 음악은 기능적이지만, 특히 <마에스트로>의 후반부는 음악의 요건 중에서도 오로지 퍼포먼스 측면만을 극대화한다. 그것이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와 융합이라는 이미지를 답습하기 위해 동원된다는 점에서 더욱 상투적인 활용이다.

“네가 오른손, 내가 왼손.”

아버지와 미묘한 갈등을 왕복하던 드니는 모종의 결심 이후, 피아노 앞에 앉은 아들 마티유 옆에서 왼손 부분을 연주해준다. 각자 양손으로 치는 포핸즈가 아니라 독주곡의 한쪽 손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 또한 무언가 빌리면서 세계를 배웠음을 깨닫는다.

CHECK POINT

<도쿄 소나타>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2008

류헤이는 한순간 실직자가 되었지만 이 사실을 식구들에게 말할 순 없다. 이 마당에 집안의 막내아들 켄지가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아들의 재능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류헤이는 이를 허락할 수 없다. 결국 켄지는 가족 몰래 피아노를 배운다. 서로에게 고백할 수 없는 비밀들로 가득 찬 이 집안 사람 들은 제가끔 음표를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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