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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애스터로이드 시티’, 할리우드의 마지막 향수와 사라진 흔적을 맴돌다
소은성 2023-06-28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무대 뒤편에서 바라본 어떤 연극에 대한 이야기다. 1955년이 배경인 이 영화 속 연극의 제목 역시 ‘애스터로이드 시티’이며, 이것은 극 중 배경이 되는, 미국 남서부의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가상의 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주민 87명이 사는 이 작은 도시에는 중앙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있고, 거기에 접하여 식당, 자동차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와 주유소, 그리고 도시의 이름이 암시하듯 3천년 전 소행성과 충돌로 생긴 크레이터가 있다(여기에 더해 근방의 핵실험장에서 피어오르는 버섯구름이 목격된다). 크레이터는 연극의 중심이 되는 사건의 근원지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는 해마다 소행성과의 충돌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 우주와 관련한 과학적 성과를 낸 청소년들에게 상을 수여한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전쟁 사진작가 오기(제이슨 슈워츠먼)와 그해의 수상자 중 하나인 그의 아들 우드로(제이크 라이언), 그리고 어린 세딸이 도시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런데 영화는 이 연극의 이야기에 하나의 레이어를 겹쳐놓는다. 과시적인 화려한 색감들로 표현되는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공간들과 달리 때로 음울해 보이기까지 하는 흑백의 무대 뒤편이 그것이다. 연극의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는 명목 아래 등장하는 이 무대 뒤편은 연극 자체와는 분리된 독립적인 공간으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에서 만남은 중요한 모티브다. 소행성과 지구가 충돌한 것처럼 애스터로이드 시티에 모여든 사람들은 서로 마주친다. 오기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배우 밋지(스칼렛 요한슨)를 만나고, 그의 딸이면서 또 다른 수상자인 디아나(그레이스 에드워즈)는 우드로를 만난다. 연극의 중심 사건인 외계인의 등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사막 한가운데서 일어나는 이질적이고 낯선 존재와의 만남은 고전기 할리우드의 영화산업에 대한 마지막 남은 향수처럼 보이고, 그것은 이제 사라져버린 어떤 세계의 흔적 주변을 맴도는 감독 혹은 관객이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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