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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말이야 바른 말이지’, 혐오를 겨냥하는 재기발랄한 농담
김소미 2023-05-17

같은 공간, 하나의 신, 두 사람의 대화. <말이야 바른 말이지>를 채운 6편의 단편은 이 약속된 제한 위에서 피어난 재기발랄한 말들의 향연을 보여준다. 카페, 집, 회사, 파티룸 등 그다지 유별날 것 없는 일상의 무대 위로 흘러나오는 대화들은 하나같이 ‘갈등’ 중이다. 소셜 코미디를 표방한 <말이야 바른 말이지>는 노사, 지역, 젠더, 세대 갈등에 익숙한 동시대 성원들 저마다의 뻔뻔한 입장 차를 풍자한다. 동물권, 환경문제, 미투 운동 등 사회적 이슈가 개인의 일상에서 모순적으로 어긋나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장면들이 특히 웃음을 낳는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윤성호 감독이 연출한 <프롤로그>는 서로의 악덕과 편법을 유능함으로 착각한 기업 관리자들의 허세 가득한 대화를 들려준다. 단편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우리의 낮과 밤>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김소형 감독은 <하리보>에서 주연까지 겸했다. 이별을 앞둔 커플이 고양이의 양육권을 두고 지난한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정작 고양이와는 소통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린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연출한 박동훈 감독의 <당신이 사는 곳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 에는 광주에서 태어날 손주의 본적을 두고 지역 차별을 걱정하는 386세대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가치관 차이를 호소하는 임신한 딸이 나온다.

<애비규환>의 최하나 감독은 제품 마케팅 중 ‘남성 혐오’ 논란에 시달리게 된 중소기업의 상사와 부하 직원이 사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혐오의 블랙홀을 <진정성 실전편>에 담았다. 파티룸에서 서로를 향해 제각기 프러포즈를 준비한 연인이 남긴 거대한 쓰레기를 비추는 <손에 손잡고>는 블랙코미디 시트콤 <그 새끼를 죽였어야 했는데>의 각본을 쓴 송현주 감독이 연출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새로운 마음>은 휴직 권고 면담 중인 남성 팀장과 여성 직원 사이에 과거의 성폭력 사건이 제기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서늘하게 끝맺는다. <만인의 연인>을 만든 한인미 감독의 작품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에서 그럴듯한 말들은 끊임없이 허위와 진정성의 골대를 오간다. <당신이 사는 곳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에서 지역 감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딸이 임대주택 거주자에겐 반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나, <진정성 실천편>에서 강아지가 급하게 밥을 해치우는 모습을 ‘허버버법’이라고 적었다가 남성 혐오의 의혹에 휩싸이게 된 젊은 여성 직원들이 ‘허버허버’, 그리고 ‘오조오억’이란 의미를 따지게 된 풍경은 시의적 주제만이 줄 수 있는 경쾌한 웃음과 성찰을 불러낸다. 어떤 의미로든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물들과 매일에 스며든 한국 사회의 히스테리를 재치 있게 버무린 대화의 영화 <말이야 바른 말이지>는 스크린 너머의 객석에도 대화를 부추긴다.

“아무리 생각해도 ‘허버허버’는 남성 혐오 표현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보람씨가 쓴 말은 ‘허버허버’가 아니라 ‘허버버법’이잖아요….”

최하나 감독의 <진정성 실천편>에서 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인 펫푸드 업체 ‘냥냥쩝쩝’ 직원이 사과문 작성 중 상사에게 진정성 있게 토로하는 말

CHECK POINT

<오늘영화>

감독 윤성호·강경태·이옥섭·구교환, 2014나이트클럽에서 부킹으로 만난 남녀의 데이트 <백역사>, 영화과 학생의 졸업작품 촬영기 <뇌물>, 사전제작지원에 공동 지원한 감독-배우 커플의 이별 과정을 다룬 <연애 다큐>가 모여 발칙한 청춘의 군상을 완성한다. 로맨스와 페이크 다큐멘터리, 실험적 내러티브를 아우르는 세개의 개성 있는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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