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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튤립 모양’, 로맨스로 둘러싼 예술에 관한 우화
오진우(평론가) 2023-04-19

3년 전 도쿄, 소나기가 내리던 어느 날, 유리코(유다인)는 공중전화 박스 안으로 피신한다. 그녀는 그 안에서 마주친 한 한국 남성과 어설픈 영어로 대화를 나눴던 15분을 잊지 못한다. 지난 3년간 한국어를 공부한 유리코는 그를 찾기 위해 공주로 여행을 온다. 그곳에서 유리코는 운명처럼 그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석영(김다현). 석영은 유리코를 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무성영화 시기 일본 여배우인 유코(유다인)를 떠올린다. 그렇게 둘은 만남을 이어 나간다.

<튤립 모양>은 공주를 배경으로 두 남녀의 만남을 그린 로맨스영화다. 로맨스라는 장르는 외피에 지나지 않는다. 안을 들여다보면 영화는 예술에 관한 우화를 다룬다. 정확히는 ‘이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두 남녀는 서로가 원하는 이미지에 부합되지 않는다. 영화는 이분열된 사랑의 이미지를 통해 공주라는 도시를 독특한 시공간으로 사유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시공간에서 1인2역을 소화한 유다인 배우가 돋보인다. 그녀는 일본인이 구사하는 특유의 한국어 억양을 거뜬히 소화하며 이질감 없이 극에 녹아든다. 이외에도 영화는 공주의 자연경관을 흑백 화면에 아름답게 담아내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튤립 모양>은 2019년 경기영상위원회 다양성영화 제작 투자 지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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