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새를 자신의 1순위로 둔 19세기 미국인 존 제임스 오듀본의 사랑 방식은 새를 그려 기록하는 것이었다. 조류학자이자 화가로 성장한 그는 탐험가이기도 해서 직접 북미를 떠돌며 새와 서식처를 관찰했고 그것을 실물 크기로 세밀히 묘사해 화폭에 담았다.
<새를 사랑한 화가>는 오듀본이 12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감이라 평가받는 <북미의 새>를 스크린에 펼친다. 다양한 앵글로 찍은 그림에 작품을 설명하는 진중한 내레이션을 얹어 관객이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가 될 수 있게끔 한다. 오듀본의 화풍과 도감의 역사적·예술적 가치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도 더해 이해에 필요한 추가 정보를 제공한다. 영화는 북미 새들의 이동 경로와 겹쳐 오듀본의 주 활동지였던 미시시피강으로도 건너간다. 문화 해설사가 된 내레이션이 강 상류·중류·하류로 이어지는 서사의 흐름에 맞춰 장소 소개와 그곳에서의 오듀본의 생활을 전한다. 미시시피강 일대를 터전으로 삼은 북미 원주민들의 인터뷰는 당시 그가 어떻게 희귀종을 비롯한 갖가지 새들을 기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단서를 준다.
다만 <새를 사랑한 화가>는 구심점이 약하다. 북미 원주민의 수난사와 멸종된 새 ‘상아부리 딱따구리’ 이야기, 산업공장의 기름유출로 인한 토양과 수질오염 문제와 환경정책의 중요성 등 어느 정도 서로 관련 있는 이슈들을 전부 짚는 과정에서 극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잡지 못해 내용의 초점이 분산된다. 이야깃거리가 무궁한 주인공에 관한 인물 탐구가 빠진 점 역시 아쉽다. 강을 차지한 선박과 다리, 땅을 점령한 고층 건물의 이미지를 반복해 오늘날의 새가 어디에서도 안식할 수 없음을 표현한 것만큼은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