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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유랑의 달’, 위험하고도 싶고, 안전하고도 싶고
소은성 2023-01-18

겉보기에 안온한 삶을 살고 있는 사라사(히로세 스즈)에겐 사실 떨쳐내지 못한 유년의 상처가 있다. 그는 소아성애자에 의해 자행된 잘 알려진 유괴 사건의 피해자로, 함께 살고 있는 애인 료(요코하마 류세이)를 비롯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식당의 직장 동료들 역시 그 피해 사실을 알고 있다. 어느 날, 사라사는 우연히 한 카페에 들르게 되고, 그곳에서 15년 전 자신을 유괴했던 가해자 사에키 후미(마쓰자카 도리)와 마주친다. 그는 사라사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행동한다. 그날 이후 사라사는 료와의 관계가 흔들리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후미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사라사와 후미의 이 기묘한 관계를,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시도한다. 사라사의 현재가 후미와의 재회로 인해 동요한다면, 그것은 과거에 일어났던 유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대로 소아성애자의 추악한 범행이라고만 잘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미의 범죄 행각은 동시에, 가족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았던 사라사가 스스로의 의지로 행한 일종의 일탈이기도 했다. 결국 영화 <유랑의 달>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욕망을 가진 한 사람과, 그 사회의 딱딱한 질서에 마찬가지로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또 다른 한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아웃사이더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태로운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 마땅히 끌어안아야 하는 위험을 영화는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 설정된 관계만이 위험할 뿐, 후미에 대한 사라사의 감정을 납득시키기 위해 불러들이는 클리셰에 가까운 이미지들의 연쇄는 영화를 안전한 자리에 머물도록 만들며,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를 위험하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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