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성산동에는 ‘도토리 마을 방과후’가 있다. 초등학생 아이들의 방과 후 돌봄과 교육을 병행하는 터전이다. 공식 교육기관은 아니기에 일반적인 학습 과목을 가르치진 않는다. 대신 5명의 교사와 60명의 아이들은 삶에 꼭 필요한 생활 방식을 공부한다. 이를테면 다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고, 자전거를 배워 나들이 가고, 각종 놀이를 하며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과 후 운영엔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 지원이 없는 탓에 부모, 교사들의 출자로만 예산을 충당하고 있다. 또 방과 후 교사들은 법적으로 교사의 직위를 취득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정부의 각종 복지를 누리지 못하고, 사회는 교사 경력조차 인정해주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찾아오면서 도토리 마을 방과후의 존립은 날이 갈수록 불투명해진다.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는 곳.’ 도토리 마을 방과후의 팻말에 적힌 문구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들을 잘 자라게 할 것인가? 방과 후 교사들이 택한 방법은 끝없는 숙의다. 이를테면 아이들의 협동심을 기르기 위해 제기차기를 할 것인지, 공기놀이를 할 것인지를 오랜 시간 숙고한다. 나아가 공기놀이를 한다면 팀을 어떻게 구성할지, 저학년 아이들에게 공평할지까지 집요하게 논의한다. 최소한의 임금과 복지도 보장되지 않지만, 그들은 아이들의 ‘잘 자람’을 위해 힘겨운 자맥질을 이어간다. 이에 <나는 마을 방과후 교사입니다>는 이러한 방과 후 교사들의 회의 과정을 밀도 있게 채록한다. 그들의 노력 덕에 자라가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생동감 있게 따라간다. 그렇게 도토리 마을 방과후의 시공간을 꾸밈없이 전하려 애쓴다. 찍는 대상을 최대한 존중하려는 카메라의 태도가 미더운 다큐멘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