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주인공 권수진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25살의 평범한 대학원생의 삶, 또는 25살의 돈 많고 유명한 무녀로서의 삶, 이 두 가지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가. 부모가 이혼하면서 수진은 무당인 할머니 경원에게 맡겨졌다. 수진에게 사람들의 미래를 점칠 수 있는 능력이 나타난 것은 4살 되던 해였다. 경원은 그런 손녀가 자신과 같은 운명에 내몰리지 않기를 바랐고, 점을 보는 일을 금지시키려 했다. 현재의 수진은 신당을 갖고 있는 무당이다. 다큐멘터리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앞선 질문의 선택지 사이에서 흔들리며 살아온 수진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대학 입시로 불안했던 고등학생 때부터, 주말마다 신당의 일을 해야 하면서도 보통의 대학 생활을 동시에 해나가려 했던 날들을 지나 무당으로서의 삶을 선택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7년의 시간을 카메라는 할머니 경원과 수진 사이에 오가는 다정한 마음과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갈등의 순간들을 통해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시간을 꿈꾸는 소녀>는 무속 신앙이라는,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소외된 영역을 손쉽게 이용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수진의 삶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범속한 순간들과 그 이미지들을 영화적으로 구성하려 시도함으로써 그의 특별한 시간들이 보편적인 정서를 획득하도록 만든다. 이를테면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성한 공간 중 하나로 등장했던 삼신장군의 법당에서, 수진이 대학에 합격한 뒤에 서울로 떠나야 하는 그를 걱정하며 경원이 울음을 터뜨릴 때가 그렇다. 극적으로 보이는 이 장면은, 동시에 경원을 바라보는 수진의 복잡한 시선을 포착해내는 다큐멘터리적인 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