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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견왕: 이누오', 보는 맛과 더불어 듣는 맛까지 한껏
이우빈 2022-12-07

14세기 일본의 남북조 시대. 북조의 쇼군이 멸망한 헤이케 가문의 보물들을 찾으려 한다. 천황의 적통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소년 토모나와 아버지는 북조 대신들의 의뢰를 받아 헤이케의 신검을 바닷속에서 건져올린다. 그런데 신검을 본 대가로 아버지는 크게 해를 입고, 토모나는 시력을 잃는다. 토모나는 아버지에게 헤이케 가문에의 복수를 명받아 교토로 떠나고 맹인 비파 법사가 된다. 한편 교토의 노가쿠(당시 사루가쿠) 극단에는 ‘견왕’이라는 이름의 소년이 있다. 키보다 두세배는 긴 팔, 등에 난 비늘, 입가에 달린 눈을 타고난 탓에 그는 표주박 가면을 쓰고 누더기를 입고 다닌다. 견왕(아부쨩)은 우연히 토모나(모리야마 미라이)를 만나고 자신이 헤이케 가문의 저주를 받았음을 알게 된다. 둘은 각자의 원한과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헤이케 가문의 숨겨진 역사를 파헤치고 이를 노가쿠로 알리기 시작한다.

‘보는 맛이 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등 유아사 마사아키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필시 드는 생각이다. 나아가 <견왕: 이누오>엔 보는 맛과 더불어 ‘듣는 맛’까지 한껏 더해졌다. 노가쿠라는 일본의 전통 가무극, 실존 노가쿠 명인의 역사를 소재로 한 만큼 작품의 대부분이 견왕과 토모나의 춤과 노래로 수놓아진 덕이다. 유별난 점은 그들의 가무가 로큰롤에 기반해 있단 만화적 상상력의 유희다. 노가쿠의 정박에 묘하게 조응하는 개러지록과 펑크록의 단순한 코드 반복이나 글램록의 비주얼, 퀸의 <We Will Rock You>에서 따온 박수와 발 구르기 응원법이 중세 일본에는 불가능할 법한 대규모 퍼포먼스와 어우러진다. 이만한 활기를 쭉 이어가다가 하강시키는 말미의 서사는 마치 <왕의 남자> 속 장생과 공길을 떠올리게 하며 감정의 풍부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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