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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더 메뉴', 정확하게 찍고 우아하게 썰고 깔끔하게 헹구는 고강도 블랙코미디
이유채 2022-12-07

파인다이닝 호손은 별나다. 외딴섬에 있으며 12명씩만 받고 디너 가격이 180만원이다. 이번 손님 명단에 마고(안야 테일러조이)의 이름만 빠져 있다. 미식보다 담배를 즐기는 그는 호손의 헤드 셰프 슬로윅(레이프 파인스)의 열성 팬인 타일러(니콜라스 홀트)의 권유로 막판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호손 월드에 입성한 마고와 일행이 능란한 지배인의 통솔 아래 6개의 둥근 테이블 앞에 착석한다. 슬로윅은 계획에 없던 손님의 등장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HBO> 시리즈 <석세션>의 마크 미로드가 연출하고 <돈 룩 업>의 애덤 맥케이가 제작에 참여한 <더 메뉴>는 두 감독의 개성이 깊게 밴 블랙코미디다. 그럴듯한 말만 늘어놓는 음식평론가, 값비싼 경험이 목적인 비즈니스맨들, 자랑거리가 필요한 배우, 아는 척하느라 바쁜 비전문가 등을 한데 모아놓고 코스 요리에 맞춰 그들의 죄를 세련되게 까발린다. 부르주아의 과시적 소비에서부터 유명인에 대한 맹신까지 냉소적으로 풍자한다. 신경쇠약을 부르는 현악 사운드와 박수 소리, 식당 안팎에 배치한 미스터리한 인물과 장소를 영리하게 활용해 마지막 메뉴가 나올 때까지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끌고 간다. 경직된 분위기가 감도는 식당 내부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앵글로 겁먹은 손님들을 포착하는 촬영과 팀워크가 잘 짜인 연기 앙상블 속에서, 독재자와 예술가를 오가는 레이프 파인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기생충>을 레퍼런스 삼아 밀실 공포증을 유발하는 컨셉으로 식당 세트를 지었다. 중반 이후 파격적인 전개를 속도감 있게 펼쳐낸다는 점 또한 공통점이다. 극단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무결점의 역작을 완성하고자 하는 예술가에 관한 영화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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