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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마겟돈 타임', 상실의 계절과 표정에 드러난 감정을 풍부하게
이유채 2022-11-23

1980년 뉴욕 퀸스의 공립학교에 다니며 아티스트를 꿈꾸는 6학년 폴 그라프(뱅크스 레페타)는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백인 남자아이다. 하지 말란 소리를 항시 듣는 말썽꾸러기의 일기장에 자주 등장할 법한 인물로는 해결사 어머니(앤 해서웨이)와 엄격한 아버지(제레미 스트롱)와 내 편인 할아버지(앤서니 홉킨스) 그리고 흑인 친구 죠니(제일린 웹)가 있다. 개학 첫날 선생에게 혼나다 안면을 튼 폴과 죠니는 취향을 공유하고 미래를 계획하며 단짝이 되지만 마약을 같이하다 걸린 뒤 폴의 가족이 그를 사립학교에 보내기로 하면서 둘의 우정은 미지근해진다.

<아마겟돈 타임>은 제임스 그레이 감독이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상상력을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기억에 의존한” 극히 자전적인 영화다. 자신의 과거에서 예술적·정신적 근간을 찾는 작업이지만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도사리고 불평등이 심화되던 1980년 미국 사회를 분명하게 짚어낸다. 자기 연민이나 노스탤지어에 빠지지 않고, 인종 문제 앞에서 보이는 부모의 모순적인 태도와 백인 중산층의 울타리 안에서 본인이 누린 특권도 포장 없이 드러낸다. 한 아이가 가족과 친구 관계, 달라진 환경, 불확실한 자기 감정에서 느끼는 보편적 불안을 예리한 연출력으로 섬세하게 다뤄 공감을 자아낸다. 어른들의 정착과 성공에 대한 집념이 연기상 수상 경력자들인 주연배우들의 정교한 연기로 깊이 있게 전해진다. 그레이 감독의 우아한 영화 세계를 함께 창조했던 다리우스 콘쥐 촬영감독의 카메라가 거리와 교내, 집 안을 유연하게 움직이며 상실의 계절과 표정에 드러난 감정을 극에 풍부히 담아냈다. 제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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