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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트랜스', 적어도 낯간지럽지 않은 독립 SF
김성찬 2022-11-16

고등학생 민영(황정인)은 급우인 태용 일당에 괴롭힘을 당한다. 방식은 핫도그나 햄버거, 때로는 오물을 억지로 먹이거나 초코우유를 몸에 잔뜩 뿌리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민영은 거식증에 시달리며 자주 속을 게워낸다. 어느 날 괴롭힘의 현장에서 같은 반 이태(윤경호)의 도움을 받아 자리를 피한다. 이태의 은신처를 방문한 민영에게 이태는 트랜스 휴머니즘이라는 개념을 설파한다. 이태는 민영에게 뇌 속 신경세포인 뉴런의 체계를 조작하면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로 재탄생할 수 있으며 거식증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태용 일당에 맞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지만 이 말을 들은 민영은 오히려 더 혼란에 빠진다.

작품은 본격 SF를 표방하지만 내실은 미스터리 구조다. 태용이 감전사한 채 발견된 후 범인 찾기가 시작되는데, 용의자라 할 만한 인물들 중 범인을 확정하기가 어렵다. 트랜스 휴먼의 적임자로 지목된, 두번의 번개를 맞고도 팔 한쪽을 잃었을 뿐 살아남은 동급생 노철(김태영)과 이태, 민영은 처음엔 개별적 존재로 제시되다가, 민영이라는 한 인물의 분열된 자아처럼 다뤄지기도 해 혼선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형된 타임루프 모티브를 첨가해 혼선의 밀도를 더욱 높인다. 그렇다고 영화가 이야기 구조에 신경 쓰는 만큼 서사의 완결에 관심을 두는 건 아니다. 마지막 민영의 결단을 일으킨 동기도 작품이 지향하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설정으로 쓰인다. 따라서 결국 미스터리는 뒤로 밀려나고 이 자리는 시작부터 낌새를 보인, 사이언스 픽션을 빌미로 자의식에서 부풀어오른 비전과 형식을 현시하고픈 충동을 해소하는 일이 점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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