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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인간적인 품위와 영화적인 품위는 다르지 않다
소은성 2022-10-26

사이좋은 부부 영태(박송열)와 정희(원향라)는 이상할 정도로 여유로운 사람들이다. 평일 오후에 길을 지나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일은 안 하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두 사람은 실직 상태다. 생활비가 부족할 것 같아도 삶의 질을 위해 보일러는 아낌없이 튼다. 그런데 이 부부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정희의 어머니 생일 파티가 있는 날, 다른 형제들과 달리 돈을 준비하지 못한 두 사람은 결국 다투고 만다. 화가 난 정희는 사채를 빌려버린다. 금방 갚으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보충 교사로 일해도 그것은 (영태의 말대로) 구원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자를 연체한 정희에게 사채업자의 독촉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영태와 정희, 두 사람이 이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가는지 (관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결말에 이르는 길은 난관의 극복보다 이 난관 속에서도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편집의 리듬과 배우들의 제스처에서 느낄 수 있는 영화의 경쾌한 삐걱거림은 더더욱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과거가 없는 남자>, 또는 <어둠은 걷히고>의 어떤 장면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정희의 무표정한 얼굴과 영태가 악수를 하기 위해 내미는 손동작 같은 것들. 연기를 포함한 제작의 전 과정을 두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낸 감독 박송열과 배우 원향라의 이 협업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크리틱b상과 KBS독립영화상,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상,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 영화평론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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