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와 친구들은 엘리트 양성 학교로 유명한 천하떡잎학교에서 일주일간 체험 생활을 하게 된다. AI 매니저 스마티는 학생들의 태도부터 감정까지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 우등생에게 점수를 부여하거나 차감한다. 차감의 이유는 다양하다. 문제를 틀려서, 친구를 웃겨서, 그 모습을 보고 웃어서. 하지만 점수를 높이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다. 좋은 성적을 받는 것. 이 점수에 따라 반 배정부터 급식 메뉴까지 모든 대우가 달라진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의 주인공 흡덩귀로부터 철수가 엉덩이를 물리고, 평소와 다른 이상한 행동 양상을 보인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떡잎학교>는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사상 첫 학원 미스터리물로 사건의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을 밀도 있고 촘촘하게 보여준다. 스쳐간 모든 장면은 사건의 증거가 되고, 영화는 이를 바탕으로 관객만의 추리를 이어가도록 유도한다. 무엇보다 기숙학교라는 설정으로 가족과 떨어진 다섯 어린이는 어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한다. 기존 극장판에서 아이들이 어른이 제공하는 특수장치의 힘을 빌리거나 보호자가 문제에 직접 개입했던 것과는 다른 성장 공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짱구와 친구들이 만나게 되는 인물들도 자기 확장을 통해 저마다의 결핍을 점진적으로 채워나간다. 각자 청춘의 정의를 외치는 클라이맥스에 도달할 즈음엔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청소년의 열기가 피부로 느껴진다. 학교를 진정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는 계속해서 이 질문을 관객에게 건넨다. 가장 가까운 타인을 만났다는 이유로 불완전한 시기를 무사히 통과해낸 이들만이 영화가 은닉한 정답을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