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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졸거나 헤매는 학생 없게 치밀하고 사려 깊은 수업 준비, '코코순이'
이유채 2022-08-24

코코순이라는 부정확한 이름은 미 정보전시국(OWI) 49번 심문 보고서에서 처음 발견됐다. 보고서는 1944년 버마(현 미얀마) 북부의 미치나 지역에서 연합군에 포로가 된 조선인 ‘위안부’ 20명을 심문한 내용이 적힌 기록물이었다. 해당 문서에 ‘Koko Sunyi’(코코순이)라 표기된 21살 여성은 심문받은 14번째 위안부였다. 20명 중 인적 사항을 그나마 자세히 알 수 있는 생존자이기도 했다. KBS 취재진과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위원은 그래서 코코순이를 추적했다. 우선 그녀의 고향으로 추정되는 함양으로 향한 그들은 행정복지센터의 빛바랜 제적부에서 코코순이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박순이. 그것이 그녀의 정확한 이름이었다.

<코코순이>는 KBS가 제작한 전체관람가 다큐멘터리인 만큼 관객이 영화가 지닌 문제의식과 지식을 최대한 제 것으로 만들도록 친절한 자세를 취한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추적극으로 시작해 관객이 어려움 없이 다큐멘터리 안으로 들어오게 한 다음 그들의 관심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이에 관한 역사부정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차근히 풀어낸다. 이때 영화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시각적 효과다.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내레이션으로 처리하고 그들의 구술 내용에 맞춰 애니메이션을 삽입하거나 녹음 자료가 흘러나오는 동안 녹음된 상황을 연극처럼 재연하는 등으로 몰입과 이해를 돕는다. 사진, 지도, 서적과 같은 평면 자료에 소소한 CG를 덧입혀 어떻게든 주의를 붙잡는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의 해설을 사이사이에 넣는 대책까지 마련한다. 한명에게라도 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바로 알리겠다는 연출자의 의지가 치밀한 기획과 구성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 영화를 미덥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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