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사는 9살 소년 요한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홀연히 사라진 것이다. 며칠 뒤 안전원(북한 경찰)으로부터 “남편이 민족과 당에 중죄를 저질렀다”는 통보를 받고 남은 가족 모두가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다. 수용소 생활은 잔혹하기만 하다. 수용자끼리 서로의 잘못을 고발해야만 추가 식량을 받을 수 있고, 탈출하다 걸린 자에겐 강도 높은 처벌과 죽음만이 기다린다. 그로부터 9년 뒤, 18살이 된 요한은 수용소 생활에 잘 적응하면서 수용소 내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다른 수용자의 비밀을 폭로한 대가로 식량을 받아 배고픈 가족을 먹이기도 하지만, 결국 어머니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수용자들이 겪는 애환과 설움, 슬픔과 고통을 다시금 이해하게 된다. <리멤버 미>는 시미즈 에이지 한 감독이 직접 탈북민을 만나 들었던 증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관리 계급이 수용자에게 습관적으로 일삼는 폭력, 아이들 사이에 만연한 서열 문화는 북한 사회의 현실을 드러낸다. 생명을 생명으로 여기지 않는 북한 상류층 계급의 무자비한 태도가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개개인의 자유를 통제하는 이곳에서 수용자들은 말이 아닌 눈빛으로 소통한다. 어느덧 각자도생이 아닌 다 함께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은 절망의 공간을 희망의 공간으로, 견제하고 의심하던 태도를 연민과 연대로 바꾼다. 때문에 수용자들이 함께 노동요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장엄하고 위용 넘치는 가사와 달리 처연한 애수가 느껴진다. 그리고 <리멤버 미>는 국가와 지역을 넘어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날카롭게 질문한다. 이로써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작품이 던진 화두를 곱씹게 하면서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