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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하나의 특별한 러브스토리에서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대라는 기억 연숙씨'
이유채 2022-06-15

80대 이규홍씨가 앉혀서 밥을 먹이고 씻긴 뒤 옷을 갈아입히는 상대는 손주가 아닌 아내 이연숙씨다. 그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이연숙씨를 곁에서 돌보기 시작한 그날부터 철저히 아내 위주로 짜인 그의 하루 시간표는 13년째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가 췌장암 선고를 받으면서 영원불변의 일과에도 큰 변동이 생긴다. 수술을 앞둔 이규홍씨는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아내가 지낼 요양원을 알아보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둘만의 여행을 계획한다.

다큐멘터리 <그대라는 기억 연숙씨>의 초반은 헌신적 사랑의 주인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리는 데 목적이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한다. 더 잘해주지 못한 남편의 회한을 읊는 성우의 내레이션과 간병과 살림을 도맡은 남편을 안쓰럽게 지켜보는 카메라의 시선 때문이다. 그러나 중반쯤 딸의 등장으로 이규홍씨와 이연숙씨의 호칭이 남편과 아내에서 아버지와 엄마로 바뀌는 순간, 영화는 하나의 특별한 러브 스토리에서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로 확장된다. 줄곧 서로의 손만이 얹혔던 두 사람 각자의 손등 위로 딸과 사위 그리고 손녀의 손이 얹히는 순간을 포착한 숏들을 차곡차곡 모아가며 자연스럽게 가족영화로 무게중심이 옮겨간다. 인생 말기에 접어든 노부모를 돌보는 자식의 관점이 제시되는 영화의 후반은 인간의 생로병사라는 심대한 주제로까지 생각이 뻗게 하며 눈물 닦을 휴지 없이 극장을 찾은 관객을 난처하게 한다. 다만 인물과 과도하게 밀착한 나머지 감정적으로 치우치는 경우를 이 영화도 피하진 못한다. KBS <6시 내고향>을 연출하면서 부모와 자식 관계를 카메라에 담은 경력이 있는 심미희 감독의 작품으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부문에 초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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