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인간이 볼 수 없는 미세세계 스페릭스는 축구를 사랑하는 종족들이 모여 있는 평화로운 곳이다. 하지만 그중의 두 종족인 아트모스와 널모스는 오랫동안 적대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트모스는 활기에 넘치고 낙천적인 종족인데 반해 널모스는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종족. 아트모스와 널모스의 치열한 경쟁을 다스릴 수 있는 건, 공정하게 승부를 낼 수 있는 스페릭볼뿐. 스페릭볼의 우승을 위해 각 팀은 훈련에 돌입하고, 아트모스팀과 널모스팀은 결승에서 만난다.■ Review 2002년 월드컵의 화려한 개막에 발맞추어 개봉하는 3D애니메이션 <스페릭스>는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동원, 축구인구를 어린이로까지 넓히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야심찬 시도 가운데 하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기획상품이지만 <스페릭스>는 어른이 보아도 충분히 재미있다. 쓸모없는 패스나 드리블은 피하고 곧장 다음 장면으로 직선패스하는 스토리 덕분이다. 이야기의 중심을 받치는 기둥은 결승에서 맞붙은 ‘선한’ 아트모스팀과 ‘악한’ 널모스팀의 승부.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널모스팀이 꾸미는 비열한 음모와 정당하게 승부하려는 아트모스팀의 대립을 둘러싼 스토리를 일관되게 밀어붙이면서 사이사이 스피디한 축구경기 장면들을 끼워넣는다. 경기장면은 특히 그럴듯하다. 세계 최고 선수들의 기술을 본떠 만들었다는 경기장면은 액티브하고, 입체적이다. 골인장면도 다양한 앵글을 구사하며, 아슬아슬한 순간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한다.
노랑, 빨강, 파랑 등 형광에 가까운 강렬한 빛깔의 캐릭터들은 당장에라도 가방에 달고 싶을 만큼 귀엽다. 제작사인 영국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슬레이브 스튜디오의 노하우 덕분이다. 재치있고 아기자기한 설정들도 재미있다. 최고의 스트라이커 케즈와 게임 메이커인 니크가 눈앞에 나타난 멋진 오토바이에 한눈을 파는 바람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뻔해 팀을 위기에 빠뜨린다거나 훌륭한 미드필더인 여자선수 레아가 널모스팀의 섹시한 라이벌 비로를 너무 의식해 실력발휘를 못하는 등의 행동은 주관객층인 어린이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경기 해설자로 목소리 출연한 수다맨 강성범과 성대모사의 제왕 심현섭의 수다스럽고 현란한 경기 중계를 듣는 것도 <스페릭스>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 속에서 아트모스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객석의 꼬마 관객을 보면, FIFA가 날린 회심의 골은 그대로 동심의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간 것 같다. 위정훈 oscar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