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마와 루이스>
오디션을 할 때 지나 데이비스가 참 잘 대해줬던 기억이 난다. 정확히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조바심이 나지 않았다. 별 근거없이 내가 선택될 것 같았는데, 그 예감이 적중했다. 그리고 난 해냈다.
<흐르는 강물처럼>
내가 연기한 캐릭터 폴의 치명적인 결함은, 아닌 척 괜찮은 척 위장하고 살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의 평화를 추구한다. 폴은 절대 평화와 자유에 다다르는 길을 알고 있었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해 방황하다가 내면의 모순과 갈등 때문에 파멸한 것이다.
<가을의 전설>
영화에서 내가 어떻게 등장하리라는 걸, 그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 거라는 걸, 별로 의식하지 않았다. 들판을 가로질러 말을 타고 달려오는 내 모습을 보며 ‘아차’ 싶었다. “저런, 그랬구나.”(“Oops, I see.”)
과연 내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도전하고 싶었고 시험해 보고 싶었다. 자기 자신이 대체 누구인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캐릭터, 재밌지 않나.
<세븐>
나와 내 친구들, 동세대 사람들에게서 밀즈 형사의 모습을 봤다. 마치 세상사에 대한 모든 해답을 갖고 있는 양 으쓱대는 족속들.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확신이 있지만, 자신의 생활 반경에서 벌어지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지 않나.
<조 블랙의 사랑>
예나 지금이나,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한편의 영화가 비평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실패했다고 해서, 배우나 영화가 능지처참당하는 건 옳지 않다. 시간과 죽음에 대해, 그 유한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됐다. 젊어서는 그런 걸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으니까.
<파이트 클럽>
이 영화가 폭력을 권장한다고 비난하고, 타일러 더든의 캐릭터가 나치 추종자라거나, 동성애자라는 얘길 하는데, 다 헛소리다. 난 이 영화가 ‘들어와라, 그리고 참여하라’는 현실 참여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타일러 더든은, 내가 경험한 최고의 배역이다.
<스내치>
내 인생에서 복서로 성장하던 그 시점에, 뭔가 다른 표현을 하는, 색깔이 다른 영화를 찾고 있었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를 보고 가이 리치가 그런 풍토를 이끌어갈 사람이란 걸 알았다. 언제고 그와 다시 한번 영화를 찍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