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티머시>가 제기한 가장 큰 말머리는 언어와 섹스. 관객은 영화를 보는 즉시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섹스의 의미와 “이 영화는 영국영화인가, 프랑스영화인가?”라는 현대 내셔널 시네마의 개념을 묻는 질문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집요하게 던져진 “배우들이 정말 정사를 했나”, “대체 왜 영어로 찍었나”라는 질문에 셰로는 약간의 불쾌감을 표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 아름다움을 지속시키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 또 얼마나 끔찍할 수 있는지를 그려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러브 스토리를 시작하기는 쉽지만 계속하기는 힘들다. 어떤 조건 아래서 얼마나 오래 함께할 수 있는가가 나의 질문이다.”
이 영화는 누드와 진한 섹스 때문에 많은 극장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그토록 노골적인 섹스 묘사가 영화에 꼭 필요했나.
제목이 ‘친밀’(intimacy)이니 사람들이 친밀한 상태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아닌가. 제발 부탁하는데 이 영화에 대한 논의를 오로지 섹스에 관한 것으로 축소하지 말아줬으면 하다. <인티머시>는 풍부하게 완성된 인간에 관한 이야기다. 단지 다른 모든 것이 발생하기 이전에 섹스를 먼저 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더이상 섹스에 관한 질문은 거절한다.
영어로 영화를 찍다니, 프랑스에서 불평을 듣지 않겠나. 개막작 <문 앞의 적>에서도 독일인, 러시아인이 영어 대사를 쓰는데 이제 우리는 영어로 된 영화만 볼 수 있나.
이유는 단 하나 하니프 쿠레이시의 아름다운 영어 단편을 사랑해서다. 독일 이야기라면 독어로 찍었을 거다. 다른 언어로 바꿀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포토제닉한 도시 런던에서 영국 배우와 일하고 싶었다. 이탈리아, 독일에서 연극과 오페라를 하면서 나는 어떤 언어로도 일할 수 있다는 감을 얻었다. 나 자신을 진정한 유러피언 감독으로 보고 싶다. 더이상 영어에 대한 질문은 거절한다.
영어 스토리지만 스크린에 올려놓은 스타일은 딱 프랑스영화다. <포르노그래픽 어페어>도 연상된다.
섹스가 프랑스인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클리세다. 누구랑 얼마나 오래 하느냐는 우리 모두 안고 있는 문제다. 다른 영화와의 비교는 거부하겠다.
용감한 연기를 보여준 케리 폭스와 마크 릴랜스는 왜 못 왔나.
영화가 싫어서 아니다. 마크는 런던에서 오늘 연극 공연이 있고 케리는 내일쯤 영어로 그 뭐냐, 분만을 한다.
왜 미인이 아닌 케리 폭스를 기용했나.
그 말은 무례다. 케리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진짜’ 여자다. 원한다면 클라우디아 시퍼도 쓰겠지만 그렇게 되면 완전 다른 영화가 될 거다. <인티머시>가 광고나 섹스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감정적 진실에 관한 영화이기에 모두가 동일시할 수 있는 에로틱하지 않은 40살 남자의 몸과 35살 여자가 갖는 결점, 삶의 이력을 새긴 몸을 보여준 것이다. 극중 정사신에서 붉은 기운이 오르는 피부, 여자의 등에 새겨진 담요 자국까지 진짜다.
세트에서 ‘친밀감’은 어떻게 이끌어냈나.
영화 연출은 연애와 같다. 조심스럽게 배우들을 사랑하고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야 한다. 그들은 고통과 비애에 정말 빠질 수 있고 자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케리는 나보다 주인공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해서 문제가 없었다. 나는 배우들이 내게 주기 싫어하는 것을 강탈한 적은 한번도 없다.
결국 남자는 여자에게 수요일만이 아니라 늘 머물러 달라고 청한다. 보통은 여자가 하는 말인데.
여성은 보통 원하는 바를 분명히 안다. 그래서 클레어는 수요일의 친밀한 순간 외에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들은 그것을 부정한다. 클레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그녀가 그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글 김혜리 기자사진 이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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