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이라는 대의에는 동감하더라도 ‘공짜’라고 생각하던 기존 유저들의 패턴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맞다. 유저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각인하는 것과 별개로 습관화된 패턴은 중요하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컬러링을 설정하는데도 1천원 이상의 돈을 당연하게 지불한다. P2P, 웹하드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하는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비용인데도 아무런 저항없이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음악과 영화의 차이가 아니라 컬러링 서비스는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상당수 온라인 영화 서비스의 퀄리티가 불법 서비스를 압도하지 못한 점도 있을 것이다. 씨네21아이는 HD급 화질에 5.1채널을 지원해 퀄리티를 좀더 높이고, 기존 유저들의 패턴을 최대한 따르는 것으로 나아가려 한다. 물론 불법에 대한 강경한 대응과 저작권이라는 범국민적 인식을 확산해나가는 것도 기본이다. 전경들이 우르르 몰려 불법 DVD를 구매하고, 판사가 자식에게 영화 다운받아 보여주는 사회가 제대로 된 것이라 할 수 없지 않나.
-웹사이트는 따로 없는 건가. =웹사이트를 따로 오픈하는 것은 아니다. 제협과 함께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은 B2C가 아닌 B2B 유통사업이다. DCMS라는 시스템은 권리자만 알면 되는 것이니까 소비자와의 접점은 없다. 소비자는 향후 마련된 시스템을 통해 유료로 서비스를 즐기는 구조다. 서비스 업체가 필요한 건 판권, 데이터베이스, DRM 등 여러 가지인데 우리는 그를 만족시킬 만한 DCMS라는 서비스를 만든 거다. 가령 자체 DRM이 있는 업체라면 그걸 빼고 진행하면 되는 거다. 우리는 서비스 사업자와 콘텐츠 이용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업모델을 제시하는 게 목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금체계가 가장 궁금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홀드백에 따라 가격 차등화를 둬야 할 텐데 그것은 권리자가 마지노선을 정할 수 있다. 더 논의를 거쳐야 한다. 아직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에 권리자가 동의한다면 최저가 500원에서 고화질로, 물론 패킷 요금을 제외한 1500원 선에서 이뤄질 것 같다. 구작들은 더 저렴해질 것이고 단편영화는 500원 이하에서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디지털은 패키지가 가능하다는 점이 좋은데 500원에 히치콕 영화 5편을 볼 수 있는 조건도 있을 수 있다. 풀HD급 이상의 퀄리티를 제공하는 콘텐츠는 고가정책이 필요할 텐데, DVD 렌털 가격 수준인 2천원 선에서 결정될 것 같다.
-불법 다운로드족의 또 하나의 습성은 당장 보건 안 보건 ‘싸니까 일단 다운받고 보는’ 것이다. 그간의 유료 서비스가 만족시켜주지 못한 부분이 그런 점이기도 하고. =현재 애플이 아이튠즈를 통해 시도하는 온라인 영화 서비스도 최장 30일까지 대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PC에서 아이포드로 옮기면 거기서 끝이고. 혹은 플레이하는 시점부터 24시간 내에 봐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다른 서비스 업체도 있다. 우리는 우리 현실에 맞게 유저들의 그러한 패턴을 철저히 반영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즐감 서비스는 기간 제한을 없애고 횟수 제한만 두려고 한다. 사실 자기 전에 다운로드를 걸어두고 자거나 외출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러면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안 봤는데 돈을 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기간 제한없이 실제로 보게 됐을 때 결제를 하면 된다. 또 내가 결제를 안 해도 친구한테 메신저로 전달해줄 수 있고, 그 친구는 보고 싶을 때 결제하고 보면 된다. 온라인은 저장이라고 하는 광범위한 확장성이 있는데 사용과 소비에 있어 너무 오프라인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안 될 것 같다.
-최근에는 DVD를 아예 출시하지 않는 게 비용 절감의 한 방식이라는 얘기도 돈다. 이러한 서비스가 정착돼 아예 DVD를 출시하지 않고 바로 즐감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생기면 서플먼트 등 다양한 영화보기에 지장을 주는 건 아닐까.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방송사의 NG장면이나 배우들의 사생활마저 유료화되는 세상이다. 사업의 수익성이 정착된다면 서플먼트 자체가 또 하나의 유료 콘텐츠로 중요하게 기능할 거라 본다. 한편의 영화라도 본편과 서플먼트 포함 가격을 따로 책정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DVD가 가진 매력 중 하나가 ‘소유’의 개념인데, 온라인 유통과는 별개로 그러한 저장매체가 지닌 가치는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이 사업은 불법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크게 좌우될 것 같은데, 정권이 바뀌었다는 점이 기존의 예상했던 방향과 어긋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없나. =물론 우리는 불법에 대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현재 인수위는 정보통신부를 없애고 콘텐츠 부문은 문화관광부에 넣겠다는 입장인데 그것 자체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문화산업에 대한 지원이나 불법에 대한 규제가 예전과 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긴 하지만, 바뀌는 정권이 늘 ‘실용’과 ‘시장경제’를 강조해왔고 그것은 분명 ‘저작권’이라는 부문을 결코 비껴갈 수 없을 거라 본다.
-사실 요즘은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영화보다 이른바 미드나 일드에 더 집중하는 유저들이 많다. =사업을 ‘영상’ 콘텐츠 유통이라 말하고 싶다. 물론 거기에는 드라마뿐 아니라 쇼 프로그램 같은 것들도 포함된다. 현재 3개 지상파가 그런 걸 잘 서비스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케이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라든가, 드라마가 아닌 해외 방송 프로그램들도 많다. 현재 일본쪽과 쇼 프로그램 유통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 가령 <로마의 휴일> 같은 옛 영화는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감상할 수 있지만, 쇼 프로그램은 때가 지나버리면 바로 낡은 것이 돼버린다. 그래서 해외 방송사와도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업이 미개봉 영화들에 대한 돌파구가 될 수도 있을까. =물론이다. 사실 요즘 가장 큰 고민이 그거다. <씨네21>이 가진 정체성이나 방향성과 일치하는 점도 그런 것이다. ‘극장 개봉’이라는 이른바 메이저 시장에서 소외받는 영화들의 중요한 대안이 디지털 모바일 등 온라인 시장이라고 본다. 수지타산이 안 맞아 극장을 못 잡거나 DVD 출시가 마냥 미뤄지고 있는 콘텐츠를 끌어안을 수 있다. <죽어도 해피엔딩>을 보고 난 다음 오리지널 작품인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를 200원이나 300원에 패키지로 서비스할 수도 있고, 보기 힘든 홍콩영화 컬렉션도 정액제로 서비스할 수 있다. 게다가 얼마 있다 일본 출장을 갈 예정인데 국내 극장에서는 시장성이 제로고, DVD 출시 가능성도 제로인 일본 V시네마 업자들을 만나볼 생각이다. 그런 식으로 계속 시장을 확대해나갈 생각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판권수급팀을 콘텐츠기획팀이라 부르고 있다. 직원 모두가 영화제 프로그래머라 생각하고 일하고 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