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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영화의 다음 장면을 알고 있다!
이다혜 2007-01-30
뻔한 그대의 뻔뻔한 매력!

로맨틱 코미디 속 단골로 등장하는 설정들

인물설정

여자주인공: 예쁘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풀리는 일이 유난히 없는 인물. 천방지축에 낙관적 인생관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다. 사고뭉치지만 미워하기 힘든 귀여운 인물. 일반적으로 애정운이 무척 없어서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아예 없거나 사귄다 해도 남자한테 꼭 채인다. 일은 제대로 해서 사회적으로는 인정받는다 해도 사랑문제에서는 유난히 바보천치처럼 구는 게 특징이다.

남자주인공: 잘생겼는데 싸가지가 없다. 무뚝뚝하고 거만하지만 잘나가는 인물인 경우가 많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면 남자주인공은 쌈짱인 경우가 많고, 20대 후반 이상의 나이라면 잘 나가는 전문직이거나 새로 온 회사 간부인 경우가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평범한 남자들도 각광을 받는 사례가 있다.

도입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예: 여주는 진실로 열심히 사는 인물이기 짝이 없으나, 언제나 삽질을 거듭한다. 불어나는 몸무게와 정 반대의 곡선을 그리는 연애성공도 덕분에 남편을 잃은 과부처럼 고독으로 점철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날, 왕 싸가지인 그녀의 직장 상사가 유치한 수작을 걸기 시작한다. 여주는 처음에는 유치하다며 코웃음을 치다가 너무 외로웠던 나머지 판단력을 상실하고 그와 엮인다. 그런데 어느날 콧대가 높기 그지없는 남자가 눈앞에 등장한다. 열쇄 세개 없는 여자는 쳐다도 안볼 것 같은 이 잘나가는 남자는 사사건건 여주를 비웃는데, 알고 보니 그녀석이 남주였다. (때로는 어린시절 친구인 말썽꾸러기 녀석이나 갑자기 회사에 새로 발령난 거만한 간부급 직원도 유력한 남주 후보 되시겠다)

전개

<어느 멋진 날>의 예: 여주는 일 때문에 정신이 없다. 남주는 옆에서 약올리거나 염장지르는 소리나 해 댄다. 일 하랴, 눈앞에서 얼쩡거리는 남주 신경쓰랴 정신없는 시간의 연속. 남주가 무척 싸가지라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멍하니 남주 생각에 빠져있는 엽기적인 연애 초반의 정신상태를 보인다. 작업을 걸까 말까 망설이다가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당장 회사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결정적인 순간, 여주 앞에 남주가 등장한다. 남주는 갑자기 휙휙 급한 일을 도와주고, 여주는 무사히 일을 처리한다. 싸가지 없는 말만 하던 남주는 어느새 따뜻하고 자상한 인간으로 돌변, 세상에 찌든 여주를 감싸준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에서처럼 여주가 집안일로 슬퍼할 때 철없어 보이기만 하던 남주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평소의 싸가지없음, 철없음과 대비되는 갑작스런 친절한 행동이다)

결말

<쉬즈 올 댓>의 예: 여주와 남주는 심각한 오해에 휘말린다. 사실 오해는 아니고, 사랑에 빠지기 전에 저질렀던 작은 실수가 사랑에 빠진 뒤 거대한 문제가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온 것. 여주와 남주는 철천지 원수처럼 서로에게서 등을 돌린다. 남주는 사실 여주를 퀸카로 변신시키는 문제로 친구들과 내기를 했고, 여주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 하지만 당연하기 짝이없게도 오해는 풀리고 둘은 러브러브한 결말을 맞는다. (일반적으로는 남주가 다른 여자가 있었는 줄 알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고, 남주와 여주가 서로의 진심을 몰라서 그만 오해로 등을 돌리는 일도 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에서는 브리짓이 다니엘과 바람이 났다고 생각했던 마크가 감옥에 갇힌 그녀를 구해주고, 그 사실을 안 브리짓 존스가 그에게 달려가 안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시리즈를 거듭해도 똑같은 삽질!

액션 스릴러에 단골로 등장하는 설정들

인물 설정

일반적으로 남자 혼자 독고다이로 싸우게 된다. 초능력이 없긴 하지만 몇 가지 신기(神技)를 가지고 있다. 날아오는 총알 피하기, 웬만큼 두들겨맞거나 총을 맞아도 전투력은 그대로 유지하기, 스파이더맨도 아닌데 상당히 먼 건물 간의 거리를 맨몸으로 뛰어넘기 등등. 주인공의 특징 또 한 가지는, 주인공이 경찰일 때면 너무 제멋대로 굴어서 조직 내에서 그리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이거나 오히려 아주 평범한 사람일 수 있다는 점이다. 형사가 아닌데도 사건현장을 어슬렁거리면서 사건에 끼어드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게다가 액션물의 주인공 특징은 가는 곳마다 사건과 조직 내 배신자를 몰고 다닌다는 사실.

도입

<다이 하드>의 예: 주인공은 가정생활에 문제를 겪고 있다.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고, 잘 해보려 해도 여의치 않다. 아내와 화해해보려고 노력하던 그는 오히려 거대한 범죄사건에 휘말린다. <다이 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은 시리즈 3편에 이르도록 아내와의 관계는 여전히 불안정하기 짝이 없으며, 이상하게도 범인의 표적이 된다. 주인공이 우연히 사건장소에 있다가 휘말리지 않으면, 범인이 꼭 주인공을 지명해 자신의 사건을 수사하게 하기도 한다. <달콤한 인생>에서처럼 주인공이 더 큰 세력자에게 잘못 찍혀서 위기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전개

<본 아이덴티티>의 예: 불사와 전능의 주인공이 수많은 위기를 헤쳐나간다. 주인공은 윗사람의 명령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에 돌입한다. 또 자신의 주변을 조여오는 압박에도 천재적인 두뇌를 이용해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간다. 특히 첩보물에서는 주인공은 여러 이름으로 만들어진 여권과 총, 현금이 든 더플백을 가지고 있는 일이 많다. 주인공에게 만난 지 얼마 안 된 여자친구가 있다면 이 시점에서 죽는 일도 많으니, 절대 액션 스릴러물의 남자주인공과는 사귀지 않는 것이 좋겠다. 주인공의 괴로움과 전투력을 향상하기 위해 여자친구는 언제나 죽음으로 내몰리고 마는 것. 주인공이 부상을 입어 독한 술병을 옆에 두고 스스로 치료하는 장면은 꼭 등장한다. <007 카지노 로얄>에서는 007 시리즈에 어울리는 최신형 자동차가 등장한다. 무려 심장이 멈추었을 경우를 대비한 기구까지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007이 가진 최신형(무기가 갖추어진) 자동차는 꼭 영화 중반 격한 액션신이나 추격신에서 산산조각이 나게 돼 있다.

결말

<스피드>의 예: 액션 스릴러의 결말은 대개 비슷하다. 1)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가 폭격(이나 그에 가까운) 재앙 수준의 위기에 처한다. 2) 주인공이 혈혈단신으로 범인과 대치한다. 범인은 아무리 부하가 많아도 결정적 순간에는 주인공과 단둘이(혹은 많아 봐야 10명 이내의 졸개들과 더불어) 남아 싸운다. 물론 클라이맥스는 단둘이 싸우는 장면이다. 3) 범인이 마침내 죽었다고 생각하는데, 범인은 죽지 않고 손을 뻗어 주인공이 다시 한번 위기에 처하게 된다. 4) 위기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폭발장치를 멈출 수 없거나, <스피드>에서처럼 지하철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주인공은 범인을 추정하는 데 성공하는 듯 하지만 알고 보니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다. 죽은 줄로 알았던 인물, 혹은 주인공이 가장 신뢰하던 인물인 것. 남자와 여자가 함께 역경을 이겨 나왔다면 마지막 장면에서는 둘이 꼭 키스한다.

다 알겠는데도 너무 무서워~

공포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설정들

인물 설정

주인공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다.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상 사람이 줄줄이 죽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한 학급의 아이들이라든가, 친구들, 아니면 불특정 다수의 도시인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물론, 주인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한명이 있긴 하지만 그 주인공이 차지하는 시간적 비중은 다른 장르에 비해 낮은 편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하나씩 차례로 죽음의 덫에 빠지는 순간들이 길고 자세하게 묘사된다.

도입

<주온>의 예: 공포물에 필요한 첫째 설정은 으스스한 분위기다. 뭔지 알 수 없는 기묘한 분위기가 어느 장소를 지배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일가족이 몰살되었다든가,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떠돌아다닌다. 숲속에 방치된 으슥한 폐가, 다른 집들과 격리된 설원의 호텔, 혹은 사막 한가운데에 인적이 드문 마을 등등은 좋은 무대가 된다. 미국 공포물에서는 10대들이 떼지어 나오는 일이 많은데, 이때 10대들은 유난히 겁이 없고 노는데 정신이 없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잔혹한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된다. <데드 캠프>에서는 여행을 온 선남선녀들이 주인공. 어차피 죽을 아이들인데 왜 그렇게 섹시한 선남선녀들을 캐스팅하는지 알 수 없다. 혹시 감독이 학창시절 잘난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했기 때문에 복수전을 펼치는 것? 알 수 없다. 틴에이저 공포물에서라면 아이들은 꼭 수색한답시고 여기저기 흩어져서 돌아다니다가 변을 당한다. 무서울 때는 꼭 떼를 지어 다니자.

전개

<스크림>의 예: 액션 스릴러물의 주인공이 전개 부분에서 악당의 졸개들을 차례로 해치우며 악의 핵심으로 다가간다면, 공포물에서는 완전히 그와 정반대다. 범인이나 악의 세력이 불사의 투지를 과시하며 주인공 주변의 인물을 하나씩 죽여가면서 주인공에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악당이나 범인에게 잘못한 일이 있기 때문에 주인공을 죽이려고 난리가 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범인이 무차별적으로 등장인물들을 죽여나가는데 요행히 주인공이 초반에 걸려들지 않았을 뿐인 일이 훨씬 많다. <스크림>이 공포물의 클리셰를 읊어댔듯이, 섹스하는 애들은 꼭 죽는다. <13일의 금요일>과 같은 공포물의 고전에서는 꼭 들어맞던 설정이 요즘은 섹스하지 않고도 살해당하는 공포물 등장인물이 많은 편이다.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자신들이 그만 차에 치여 죽인 남자가 되살아났다는 공포에 시달리며 죽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결말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의 예: 공포물의 주인공은 불사의 인물이다. 아, 이때 주인공이라 함은 주인공이 살인마라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래서 쫓겨다니는 인물들은 시리즈 후속편에서는 달라지기도 하는데, 살인마는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죽은 줄 알았던 살인마가 알고 보니 살아 있었다는 내용이 공포물의 결말의 핵심. 살인마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안심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살인마가 전기톱을 켜는 소리가 들린다든가, 또 다른 희생자의 비명이 들린다든가 하면서 영화가 끝나는 식이다. 그리고 시리즈 다음 편에서 새로운 희생양을 찾아나선다. <지퍼스 크리퍼스>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