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분명한 비주얼 전략 아래 촬영, 조명, 컴퓨터그래픽이 촬영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했다는 성과를 이뤘지만 <화산고> 제작진은 후반작업을 하고 있는 현재,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그중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CG와 관련된 것. 이는 CG 의존도가 높은 만큼 문제점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는 차원을 넘어, 시스템과 관련된 좀더 근원적인 성격의 문제였다. 장성호 CG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참여해 콘티까지 그렸을 정도로 사전에 충분히 협의했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애초 계획에 없었던 작업이 너무 늘어났다. 폭파장면을 찍고 나서 빈약한 느낌이 들어 CG로 보충하거나, 가랑비 오는 장면을 찍은 뒤 폭우 모습으로 만들어야 하는 등 추가 작업이 수시로 진행돼 주체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이같은 작업 하나하나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그 때문에 시간이 지연되고 CG작업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 ‘촬영 때 풀지 못한 모든 것을 CG가 해결할 수 있다’는 ‘이상한 신화’가 깨져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CG 담당자가 영화를 잘 모르고, 영화하는 사람이 CG를 잘 모르다보니 이러한 오해가 생기는데, 한국의 기술력 수준과 CG 작업과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영화에 임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결국 <화산고>처럼 비주얼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블록버스터영화는 촬영, 조명, 미술, CG 등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비주얼 슈퍼바이저’가 전체 영상 관련 업무를 조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쥬라기 공원>이 2년 반 동안의 컴퓨터그래픽 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에 후반작업을 8개월 만에 끝낼 수 있었던 것처럼, ‘한국형 블록버스터’도 CG테스트 등 사전 검증작업에 시간과 돈을 들여야 만족할 만한 영상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석 기자 ssoony@hani.co.kr
▶ <화산고>의 비주얼전략
▶ 디지털 색보정
▶ 와이어 액션
▶ 예산절감의 수훈은, CG
▶ 화면 구성
▶ 세트
▶ 그러나...
▶ 김태균 감독 인터뷰
▶ 화산고의 비주얼 스탭